<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27)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27)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준호는 딱히 민지에게 할 말이 없었다. 새내기 시절처럼 로봇이야기 하면서 소꿉놀이 할 나이도 아니고, 내가 힘들다고 징징 짤 나이도 아니다. 눈을 감아버린 준호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민지 생각이 솟구쳤다.

대학시절 유등축제 날 밤에 민지는 준호가 만든 로봇 유등을 금방 알아보고는 쳐다보면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어른이 되면 로봇을 만들 것이라는 꿈을 이야기하면 보고 싶다고 기대에 부푼 가슴을 한껏 내밀고 준호가 만든 로봇 유등을 올려다보던 민지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로봇이야기를 계속 들려주기도 했다.

“셀카 찍자!”

민지가 팔짱을 끼며 로봇 유등을 배경으로 같이 사진을 찍을 때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준호는 민지를 위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고, 지루했던 축제를 색다르게 준비해서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다. 호기심 가득한 민지의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환상적인 축제를 함께 하고 싶었다.

준호는 움직이는 로봇 유등을 만들 계획을 구상했다. 인공지능 칩을 장착한 로봇 유등을 민지가 조종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로봇 유등으로 민지를 깜짝 놀라게 해야지.”

준호는 유등을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준호의 축제 계획이 하나하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유등에도 인공지능 칩을 장착하고 움직이는 상상을 했다.

유등이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 준호는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봉황 유등이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밤하늘에 오색 빛을 내는 봉황이…”

준호는 날아다니는 봉황으로 뭘 할 건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봉황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 민지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져가는 준호는 상상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봉황이 민지를 태우고 날아다니도록 한다면. 나는 청룡을 타고, 봉황을 탄 민지와 하늘에서 천상의 데이트를 한다면…”

준호는 상상나래를 펼쳐 민지와 같이 별이 빛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밤늦도록 민지와 함께 유등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판타지 소설 같은 환타지아 러브스토리가 있는 축제를 만들 계획을 완성하는데 거의 몇 달이 걸렸다. 준호는 예전에 민지와 같이 현장답사 할 때 들고 다녔던 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중얼거리며 집을 나섰다.

“나만의 유등을 만들어 축제에 참여해야지. 남이 만든 유등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야.”

남강 변 유등마을의 여러 가지 유등이 걸려 있는 유등 골목을 지나 창작등 제작소를 찾아간 준호는 민지 유등의 그림을 보여주며 만들고 싶다고 했다. 창작등 만들기 선생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 친구지?”

준호는 얼굴을 붉히며 뒷머리를 긁적이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직접 만들어야지.”

빙긋이 웃으며 준호를 쳐다보았다.

“만들 줄 모르는데…”

“네가 사랑하는 여인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는 없을 텐데.”

잠시 굳게 입술을 다물고 생각에 잠겨 있던 준호의 목소리가 굵직해졌다.

“가르쳐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