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29)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29)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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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민지가 자신을 꼭 끌어안을 때를 수없이 떠올렸다. 유등축제 때 초대하면 달려온 민지가 꼭 끌어안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포옹하는 민지 유등을 만들었다.

준호는 좀 더 색다른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보는 축제보다는 참여하는 축제가 더 멋질 텐데, 더 좋은 방법이 뭘까 생각하던 준호는 중얼거렸다.

“나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는 거야.”

새내기 시절 진주성 안을 한 바퀴 돌며 첫 데이트하던 때를 떠올렸다. 민지 유등이 준호의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거닐 때 눈부시게 빛나는 남강 물결을 응시하던 황금빛 나는 민지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촉석루를 시작으로 진주성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들어갈 때는 어색했던 남녀 사이가 중간쯤에서 서로를 알게 되고, 어느 순간 팔짱을 끼고 한가롭게 거닐다 진주성을 빠져 나올 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다정한 여인으로 변하여 팔짱을 끼고 있는 신비로운 진주성 데이트 코스를 남강 물위로 그대로 옮겨 놓고 싶었다. 물위를 유유히 거닐며 데이트를 한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울 것인가.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답고 눈부신 데이트가 어디 있을까. 황홀한 데이트를 할 때 미소도 짓고, 웃기도 하고, 눈을 흘기는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민지 유등을 만들기로 했다.

준호는 손잡고 거닐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목젖을 한껏 드러내고 흰 이빨을 드러내며 화사하게 웃는 민지 유등을 상상했다. 7만 유등 계획서를 만들기 위해 민지와 같이 현지답사 다닐 때 남강 변을 거닐면 마치 강물 위를 걷는 듯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준호는 민지 유등과 같이 남강 물위를 유유히 거닐고 싶었다. 민지 유등의 손을 잡고 무지개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함께 남강 물위를 유유히 거닐며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준호는 유등 제작업체 사장을 졸라서 물 위를 걸어 다니는 유등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사장은 계속되는 준호의 엉뚱한 부탁이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었다. 평생을 유등만 만들어 온 사장은 새로운 시도가 재미있었다.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가치와 의미가 다르다는 원칙에 따라 물 위를 걷는 유등 제작에 들어갔다. 7만 개의 영혼이 빛나는 뭇 등불이 흐르는 남강 물 위에서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민지 유등의 손을 잡고 남강 물위를 걷는 상상을 하는 준호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물위를 거닐며 오색 빛을 내는 유등들 사이를 거닐며 데이트를 하는 준호만의 방식의 데이트에 가슴의 설렘이 북받쳤다.

물위를 걷는 유등 제작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행복이 가득 찬 가슴속의 에너지는 지칠 줄 몰랐다. 준호의 사랑은 더욱 더 깊어지고 민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이벤트는 점점 더 환상적으로 발전 해 갔다. 새내기 시절, 계절의 여왕 5월에 생애 첫 축제 파트너와 캠퍼스에서 춤을 춘 것은 젊은 시절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그 시절 그 순간처럼 민지와 함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물위에서 춤을 추자.”

책상 옆에서 방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민지 유등을 쳐다보며 싱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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