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여름의 경남, 얼마나 뜨거웠나?
지나간 여름의 경남, 얼마나 뜨거웠나?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순 (경남발전연구원, 경남경제통계센터장)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계속되는 무더위가 언제 끝이 날까 싶었는데, 처서(處暑)를 지나면서 며칠 만에 더위가 한풀 꺾이더니 이제는 이불을 찾아 새벽잠을 청하는 가을이 왔다. 매년 경험하던 장마조차 올해는 우리 경남지역을 비켜가면서 ‘한평생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려 본 적이 없었네’라는 이야기도 자주 들어야 했던 지나간 여름이었고, 세상살이 일천한 필자 또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지상을 비롯해 고층·해양·항공·레이더·지진 등 여러 위치와 형태, 수단과 방법으로 기상을 관측한다. 경남에는 창원, 진주, 거창, 통영 등 네 곳의 기상대와 김해와 사천 등 두 곳의 공항 기상실, 그리고 49개소에 달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utomatic Weather System)가 설치된 지점이 각각 있다. 특히 이들 각 지점에서는 기온, 강수량, 일조시간 등과 같은 다양한 기후특성을 관측하고 평균치나 최댓값 혹은 최솟값 등으로 지역 기상정보를 발표하거나 혹은 나라 전체의 중요한 기상관측 수단으로 이용된다.

여러 기상관측 시스템을 활용해 최적의 기상정보를 생산하고 있는 기상청에 따르면 올 8월 한 달 동안 전국 평균기온이 25.4℃이었고 평균 최고기온은 32.3℃로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게다가 비가 약간이라도 온 날을 뜻하는(강수량이 0.1mm 이상) 강수일수는 10.6일에 불과했고 평균 강수량도 164.0mm로 강수일수와 강수량 모두 평년보다 적었다. 그러다보니 1달 간의 일조시간은 상대적으로 길어져 1973년 이래 가장 긴 246.3시간으로 기록됐다.

8월 한 달간 경남도내 각 관측지점의 기후상황을 보면 관측지점별 1일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밀양으로 30.9℃를 기록했고, 다음은 거제지점으로 30.8℃이었다. 30.7℃를 기록한 곳은 수부도시 창원과 합천 및 밀양으로 각각 나타났다. 1일 최고기온은 창원·밀양·남해지점에서 모두 기상 관측개시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는데 밀양은 무려 38.4℃를, 남해는 37.7℃ 그리고 창원도 37.1℃로 나타났다. 남해와 더불어 바다로 둘러싸인 거제 역시 36.7℃이었는데, 이는 1983년 8월4일과 1990년 8월6일의 37.4℃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올 여름의 엄청나게 높았던 기온은 사람의 체온보다 높거나 비슷했지만 체감정도 면에서는 고통을 수반할 정도로 훨씬 더 강했다. 이런 극심한 무더위를 동반하는 이상기온은 앞으로도 과연 계속될 것인가? 지난 8월과 같은 뜨거운 여름의 경남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정확한 답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1990년부터 2012년까지 기상청 국가기후기상센터의 자료를 분석해 보자.

지난 23년 동안 경남은 전국에 비해 평균기온이 약 1.1℃, 최고기온은 0.6℃ 그리고 최저기온이 2.2℃만큼 각각 높았다. 연간 강수량도 전국보다 약 149mm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처럼 기록적인 고온현상도 있었다. 1994년으로, 당시 전국의 최고기온은 37.1℃이었는데 반해 경남은 38.5℃나 됐다. 특이한 것은 그 해의 고온현상에 비해 경남에 내린 비의 양은 연간 883.3mm로 전국의 944.8mm보다 훨씬 적었을 뿐 아니라 지난 23년 중 최솟값으로 기록됐다.

올해 강수량은 아직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장마 기간임에도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았고 최고기온이 오랫동안 지속된 바 94년처럼 적은 강수량이 최고기온을 기록하는데 영향을 준 셈이다. 기후자료 분석처럼 올 여름 경남은 정말 화끈하게 더웠다. 설상가상으로 전력공급마저 수요를 받쳐주지 못해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냉방장치의 가동도 없이 찜질방 수준에서 업무를 보았다. 다행히 춘하추동 4계절과 24절기가 있는 우리나라는 절기가 바뀌면서 추워도 봄은 오고 또 더워도 가을이 온다.

우려한 물 부족은 폭우로 해갈됐고 많은 피해를 남긴 적조는 가을 문턱에서 소멸되고 있다. 무덥던 여름도 우리에게 알찬 과실, 영양가 많은 열매와 알곡을 남긴다. 기상과 기후, 자연의 변화는 인간영역이 아니다.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처하며 헤쳐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무절제한 개발과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으로 더 뜨거워질 지구, 그 속의 우리나라, 절약하고 대비하고 대처해 도민이 행복한 경남이 돼야겠다.

김영순 (경남발전연구원, 경남경제통계센터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