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31)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31)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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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조바라.”

중앙 벽면에 임금이 행차하는 봉황의 행렬을 그린 그림을 붙여 놓고 한참을 쳐다보던 아저씨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한 잔 하자.”

봉황 행렬도 중앙의 거대한 봉황 유등을 유심히 보던 준호는 뭔가 아쉬움에 미간을 찌푸렸다. 준호는 동네사람들이 만들어 봉황이 손수 끌고 가는 리어카 위에서 날개 짓만 하는 프로그램에 뭔가 부족한 것이 안타까웠다.

그날 밤부터 준호의 상상이 다시 뻗히기 시작했다. 판타지 소설 같은 축제를 준비하는 준호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날아보는 거다.”

준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민지를 향해 날아가는 봉황 유등을 상상 했던 환타지아를 떠올렸다. 사랑하는 민지를 위해 환상적인 축제의 순간을 준비하고 싶었던 특별 이벤트를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날지 못하는 봉황의 날개를 보는 사람 마음이 안타까울 거다.”

조용하던 동네에 봉황이 날아들자 동네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기 시작했다. 봉황을 어떻게든 날아가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는 게 동네사람들 고민거리였다. 결국, 남강 위를 가로질러 와이어 줄을 연결하고, 거대한 봉황이 남강 위로 날아가는 것처럼 연출하기로 했다. 리어카 위에서 봉황 행렬을 하는 동안 날갯짓만 하고 있던 봉황이 가장행렬을 마치는 시점에 와이어 줄을 타고 남강 위로 날아다니도록 연출하는 계획은 상당한 진전을 보여 동네사람들은 가슴속에 더욱더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드디어 봉황이 난다.”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비차에 대한 진주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남강 위를 날았던 비차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떻게든 봉황을 남강 위에 띄워야 하는 열망은 와이어 줄을 이용하여 남강 위로 봉황을 날리기로 했다.

“봉황이 날 것이다.”

비록 연출이지만 사람들에게 봉황이 나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대단한 발전 이었다. 비로소 준호의 표정도 밝아졌다. 어떻게든 봉황은 날아야 비로소 봉황이다. 사람들이 오색 깃털을 흩날리며 봉황이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날개, 인류의 오랜 꿈.”

준호는 더 나은 축제를 위해 봉황을 자유롭게 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봉황을 만들기 위한 준호의 상상은 집요했다.

“자유롭게 나는 새, 날개, 비행기.”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상상하며 봉황이 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어차피 하는 거 무모하게 하는 거야.”

준호는 생각의 끈처럼 봉황의 발목을 잡고 있는 끈을 잘라버리고 온전히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큰 기구 속에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이나 수소 등의 기체를 넣어 둥둥 떠 공중을 날아다니도록 만든 비행선을 활용하기로 했다.

“비행선에 날개를…”

준호는 비행선을 이용해 날아다니는 봉황을 만들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큰 행사장에서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비행선을 봉황 모양으로 변형하여 봉황이 날아다니는 것을 상상에 상상을 더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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