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지 (아동복지전문기관 홍보담당)
얼마 전 ‘주군의 태양’이라는 드라마에서 일을 나간 엄마의 ‘돌봄 공백’이 생긴 주인공의 고시원 이웃 아동이 어린 귀신들의 위협에 노출되는 사건이 등장했다. 어린 귀신들 역시 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인해 생사의 문턱을 넘어버린 안타까운 아이들이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라는 노래를 모르는 이 없을 테지만, 혼자 남은 아기가 노출될 수 있는 각종 유해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이는 드물 것이다.
이쯤에서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아버지도 다 다르며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네 남매가 주인공이다. 엄마는 첫째를 제외한 아이들을 이삿짐 속에 숨겨 새 집으로 데려간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서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는 그들만의 규칙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나 엄마가 새로운 남자와의 새 출발을 위해 아이들을 첫째에게 맡기고 떠나버리면서 아이들은 그들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슬픈 모험을 시작한다.
엄마가 두고 간 돈이 바닥을 보이고, 열두 살에 모든 현실을 감당해야 했던 첫째가 방황하기 시작하면서 이 집의 규칙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편의점에서 팔지 못하는 음식을 얻어 먹고, 전기와 수도도 끊긴 지저분한 집에서 아이들은 방치된다. 아이들은 시종일관 담담한 모습이다. 엄마를 마중 나가고 싶어 하는 막내와 ‘엄마는 오늘 오지 않아’라는 슬픈 말을 던지는 둘째, 어느 아이도 울거나 보채지 않는다.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은 모든 상황에 담담히 적응해 가는 것이다.
먹먹함과 갈 곳 잃은 김빠진 분노 속에서 끝을 맞이하는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영화의 제목이 왜 ‘엄마가 떠났다’가 아닌 ‘아무도 모른다’일까. 영화는 아이들이 엄청난 비극을 맞이할 때까지 이웃과 사회가 ‘아무도 몰라야’만 했던 현실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제도와 사회를 탓하며 외면에 익숙해지는 사이 비극은 영화처럼 ‘아무도 모르게’ 성큼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당신은 당신의 이웃에 살고 있는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강민지 (아동복지전문기관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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