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에 자비를"…교황 발언 파장
"동성애자에 자비를"…교황 발언 파장
  • 연합뉴스
  • 승인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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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진영, 발언해석 놓고 갑론을박
동성애와 낙태에 대한 ‘자비’를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발언에 대해 가톨릭 교회 개혁을 향한 또 다른 청신호라는 찬사와 그의 종교적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실언이라는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교황은 최근 즉위 후 첫 공식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지 않으면 교회 전체의 도덕 체계가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질 수 있다”면서 동성애, 이혼, 낙태처럼 교회가 반대해온 관행들에 대한 자비와 교단의 개혁 등을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발언에 진보 진영은 찬사를 보냈다.

영국 가디언의 종교 칼럼니스트인 앤드루 브라운은 21일(현지시간) “흐루시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당 대회에서 스탈린을 공개 비난한 사건 이래 이만큼 개혁적인 연설은 없었다”며 “내 생애 가장 환상적인 인터뷰였다”고 촌평했다.

미국 언론들도 교황의 발언을 비중있게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중도 성향의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전 세계 12억 가톨릭 교단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대서특필했고, CNN도 미국 교인들의 표현을 빌려 “가뭄에 내린 단비”, “과감한 새 방향” 등 다양한 반응을 전했다.

반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가톨릭 종교지인 ‘NCR’의 매튜 아치볼드는 “교황이 고작 몇 마디로 많은 이들을 불안케 했다”며 언짢은 심경을 토로했다.

가디언지의 또 다른 칼럼니스트인 마리나 하이드는 기고문을 통해 “교황이 가톨릭이 맞긴 하느냐”며 더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하이드는 “교회와 무관한 무신론적 진보주의자들이나 반길만한 이번 발언이 교단의 복잡한 교리적 정치에 대한 실체적 변화를 상징한다는 생각은 순진해 빠진 것”이라고 혹평했다.

교황의 발언이 잘못 해석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보수 진영은 교황이 이번 인터뷰로 가톨릭의 근본적 교리를 바꾼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일부 언론과 좌파 인사들이 여론을 오도했다”고 지적했다.

한 보수 인사는 CNN 인터뷰에서 “교황은 도덕적 양심과 정치적 목표 사이 새로운 균형을 찾으라 한 것이지 (동성애, 낙태 등에 대한)전쟁에서 굴복하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불만의 목소리는 일부 진보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에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유명 동성애 운동가 존 베커는 “교황이 LGBT에 대해 좋은 말 몇 마디 했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냉소했다.

베커는 동성애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본질적 장애이자 심각한 타락”으로 기술한 ‘가톨릭 교리서’에 교황이 동의한다고 밝힌 것을 지적하며 인터뷰 내용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은 동성애를 둘러싼 정치 판도가 변화하는데 대한 대응일 뿐 동성애자들을 수용하겠다는 새로운 방침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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