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0)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0)
  • 경남일보
  • 승인 201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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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의 뿌리에서 나온, 지방을 홀대하는 서울 중심의 오만의 극치로 강자의 횡포까지 두둔하고 있는데 뿔이 났다.

“힘 있다고 중소기업 기술 뺏는 악덕 대기업보다 더 악질들이야. 돈 많고 힘 있다고 한 순간에 빼앗는 조폭 행세 그만해.”

실수한 책임을 뒤집어 씌워 매년 받는 이자 대신 후려치기 해 약탈해가는 유등이 큰 트럭에 가득 실린 것을 본 금수가 성공했다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야 돈을 벌지. 더 큰 돈 벌려면 이 정도로는 안 되고, 미치게 해야…”

세상을 개혁하여 힘없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외쳐서 젊은이들 우상처럼 행동하던 VIP라는 작자가 들어 젊은 사람들 다 망쳐 놓았구나 싶어 분노가 치밀었다.

“침을 뱉어도 시원찮을 판에 그걸 보고 즐기고 있으니…. 약탈한 강자의 횡포를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시치미 떼는 공범들이 하나같이 더럽기는…. 가지고 놀아라, 훔친 놈이 주인행세하고, 더러운 세상 인간들이 아무 소리 않고 귀를 막고 벙어리가 돼버리고 탐욕에 눈이 멀어 도둑질을 같이 즐기는 무서운 세상이지만, 훔친 걸 후손들이 알게 될 텐데 부끄럽지도 않은가?”

정 사장의 자식 같은 유등을 납치하듯 싹 쓸어가는 서울이 하는 짓이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어 안타깝고 허탈했다. 약탈해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인간들이 도대체 이해가 안 되고, 유등축제가 뭔지도 모르는 것들이 뭘 하겠다고 개지랄을 떠는지 한심했다.

“남강에는 유등의 꿈이 흐르고 있는데. 자신들 꿈이 아니라고, 축제의 본질을 아무렇게나 왜곡시켜 결국 축제 자체를 망쳐놓을 게 뻔한데….”

준호는 의기양양해서 검정 벤츠 쪽으로 걸어가는 금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꿈이 뭔지 아는 사람은 애당초 약탈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 유등축제는 너희들 꿈이 아냐. 인기 있다고 따라하려는 얄팍한 야망에 불과한 거야.”

먼지 묻을까 봐 한발 한발 가랑이를 벌리고 걷던 금수가 힐끔 돌아보았다.

“놀고 있네. 왜 돈 많은 서울이 등축제 한다니까 불안해?”

VIP란 작자가 오로지 돈 하나만 믿고 굿판을 벌이려는 약탈자들의 횡포를 몸소 실천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 미래까지 망쳐 놓았구나 싶었다.

“어떤 모험도 하지 않고 교묘하게 잔대가리 굴려 약탈해가는 너희들이 겁쟁이야. 고작 돈 몇 푼 더 가졌다고 성공한 축제를 약탈하는 겁쟁이들이 꿈을 펼치는 축제에 덤비다니 가소롭다. 돈 가지고 도토리 키 재기 하는 것들아, 있다고 객기 부리지 말고 차라리 지금이라도 꿈을 가져. 말종인간들이 부리는 객기를 누가 본다고.”

금수는 돈도 없는 촌놈이 돈 앞에서 객기 부리는 꼴이 애처로워 다시 일깨워주고 싶어 준호의 남루한 옷차림을 흘겨보며 말했다.

“돈 안주면 누가 와서 축제 준비하는데. 봉사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돈을 줘야 뛰고 날뛰고 땀을 흘리며 재주 부리지. 구경 좋게 말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돈 이야기만 하는 금수의 머릿속에는 돈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아무리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축제 분야에 일하는 젊은 놈이 돈을 너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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