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천도(天道)
[이준의 역학이야기]천도(天道)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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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세상살이에는 교과서처럼 선생님 말씀처럼 되지 않는 점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세상이 자기마음과 같지 않다고 푸념하며 한탄한다. 그래서 속 터지고 미칠 것 같다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그렇다. 세상만사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점이 너무나 많고도 많다. 인사(人事)에서 보면 다소 엉성해도 고위공직에 앉아 권세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순가 하면, 몹시 똑똑해도 제도권 언저리에 발끝도 대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게을러 물러 터져도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벽별보고 달빛까지 일해도 겨우 입에 풀칠하기 빠듯한 사람도 참으로 많다. 옅은 학식으로도 이름이 세상을 뒤덮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오한 학문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옆집 학동에게조차 조롱거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세상만사 하나의 기준으로 하나의 관점으로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런 모순덩어리가 세상살이이다.

공자가 극찬하여 마지않았던 제자 안회는 자주 끼니를 굶었으며, 술지게미나 겨 밥처럼 밥 같지 않은 밥조차 마음껏 먹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반면 도척(盜?)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생간을 회쳐먹었으며, 포악, 패려, 방자하고, 수천 명의 무리로 떼 지어 몰려 다니며 천하를 혼란시켜도 오히려 장수하여 제명대로 살다 죽었다. 사마천은 백이열전에서 이렇게 탄식하였다. “과연 하늘의 도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주역의 곤괘(坤卦) 문언전에 이런 말이 있다.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좋은 일들이 넘쳐나고, 선을 쌓지 않는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넘친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참으로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빈곤의 악순환에 내어 몰리고 있는 집안을 보면 대개 착한 사람들이 많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집안에는 오히려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는 무엇인가? 도덕경에 나오는 말처럼 “하늘 그물은 넓고도 넓어서 성기지만 빠트리지 않는다(天網恢恢, 疏而不失)”는 말도 그저 노자의 희망 사항 아닌가?

사람들은 천도(天道)를 염두에 두고 하늘의 섭리를 희망하나 세태는 사람들의 바람과 다르게 돌아간다. 천도란 그저 무심할 따름이다. 그러니 하늘에 기대하지 말라. 하늘은 그저 하늘 할 일만 하도록 내 버려두고 사람은 사람 할 도리만을 하여야 한다. 사람이 해야 할 바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채 다 알지 못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하늘의 섭리를 운운하니 눈감고 벼랑가기 아닌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사람의 욕구와 욕심에 관한 많은 말들이 있으나 일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민족, 문화와 세대, 역사와 기술여건에 따라 사람들이 울고 웃는 내용도 달라진다. 옛날에 귀중하였던 것이 지금은 별 소용없는 것이 있고, 과거에 별 것 아니었던 것이 지금은 대단히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있다. 세상과 사람의 선호도와 인심이 세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월은 변하고 시대도 변한다. 이처럼 천도란 시대의 변화가 아닌가 한다.

사주팔자에서 사람의 천도 또는 천운이란 어머니에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관법이 있다. 첫째, 어머니의 일간을 기준으로 보는 태양과 달의 관법이다. 예컨대 어머니 일간이 임계갑을(壬癸甲乙)이면 자녀(남녀구분 없음)들은 음의 기운을 가진 달 팔자가 되고, 일간이 병정무기경신(丙丁戊己庚辛)이면 자녀는 태양의 팔자가 된다는 논리이다. 달의 운명은 낮(대운:인오술, 해묘미)이 되면 빛이 바래지고, 태양이 없는 밤(대운:신자진, 사유축)이 되면 환하게 빛난다. 태양의 운명은 밤이면 숨어야 하고, 낮에는 빛은 발한다는 관법이다. 낮의 태양과 밤의 달은 평탄하게 잘사는 운세로 흐르고, 낮의 달과 밤의 태양은 고생하는 인생을 산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둘째, 어머니의 일간으로 보는 삶의 모습이다. 어머니의 일간이 자기 일간에게 무엇으로 비춰지느냐이다. 예컨대 어머니의 일간이 무토이고 자녀의 일간이 신금이면 신금의 일간은 문서 공부 서류 기획 부동산 권리 등과 같은 일에 종사하여야 제대로 자기 길을 갈 수 있다는 관법이다. 이 역시 중화의 논리에 따라 지나치게 모자라거나 넘치면 불행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셋째, 어머니의 격이다. 어머니 십신의 내용과 품격의 높낮이에 따라 자녀들의 삶이 결정된다는 관법이다. 다소의 예외는 있지만 대개 형제자매들이 잘되고 잘사는 것은 어머니의 격이 높고 우아한 경우이고, 빈한하고 고생하게 되는 것은 어머니의 격이 낮고 이지러진 경우라고 본다. 이처럼 어머니가 자녀에게 천도이다. 사람들은 어머니로부터 벗어 날 수 없다. 아버지는 신앙이지만(아버지라 부르는 그 사람은 실제로 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 어머니는 과학이다(어머니에게서 출산되었으므로 부정할 수 없다는 말).

아니 어머니는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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