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3)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3)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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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헛소리까지 하는 정 사장을 등에 업고 봉황 유등을 만드는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낡은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시커멓게 타 버린 가슴만큼이나 거칠게 타버린 정 사장 입술을 냉수로 적셔주었다. 의식을 되찾은 정 사장이 중얼거렸다.

“자식들도 없는데 뭐 하러 살아. 난 죽어야 해….”

정 사장이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준호가 말했다.

“가져간다고 그 놈들꺼 되는 거 아니에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장님의 유등이잖아요.”

준호가 들고 있는 물 컵을 빼앗아 들이켠 정 사장은 준호가 만든 봉황 유등을 보며 천천히 일어났다.

“새로운 유등을 만들어 콧대를 납작하게 해버리세요.”

정 사장과 준호는 날아다니는 청룡 유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기 위해 청룡 유등을 만드는 정 사장의 눈빛에서 광채가 번뜩였다.

“봉황에는 민지가 타고….”

준호는 자신이 타고 싶은 청룡 유등을 유심히 살폈다. 청룡 유등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피는 준호의 눈빛은 정 사장의 눈빛을 닮았다.

비행선 두 대를 연결하고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추가하며 일주일 내내 거대한 청룡 유등을 만들었다. 날개 없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청룡 유등의 눈동자가 세상의 그늘진 곳에 용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을 간절히 소망했다. 청룡의 눈동자를 만들고 있는 준호의 눈빛은 유등의 꿈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뛰어 다니던 그 때의 눈빛이었다. 부푼 꿈에 유난히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빛, 민지가 반했던 내면의 꿈이 빛나는 광채를 뿜어내는 준호는 완성된 청룡 유등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을이 가장 먼저 오는 하늘이 쪽빛으로 눈부시면 남강의 가을은 물결 타고 온다. 유난히 빛나는 환상적인 가을밤이 뭇 단풍 빛으로 유유히 물들기 시작한다. 촉석루 햇 단풍은 밤이면 눈부시게 빛난다. 진주성에 가을이 무르익을 때쯤 온갖 빛으로 물드는 남강엔 축제가 흐른다.

남강에는 봄부터 만들어진 유등들이 강물 위에 하나둘 뜨면서 축제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간다.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주인공 김시민 장군은 말을 타고 약탈하려는 침입자를 향해 돌진하고, 약탈집단의 우두머리 왜장을 끌어안고 몸을 던진 의암 바위 논개 유등이 남강에 우뚝 서서 충절과 넋의 빛을 세상 사람들 가슴에 밝힐 준비를 마쳤다.

자유의 여신상, 스핑크스, 나폴레옹, 바이킹 등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물 등과 인어공주,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등 세계명작동화 등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ㆍ텔레토비ㆍ도날드덕ㆍ스파이더맨ㆍ슈퍼맨ㆍ헬로코코 몽 등 만화캐릭터 등이 음악 분수대 주변에 여기저기 전시되기 시작했다.

다보탑, 석가탑, 고구려 고분벽화, 천마, 비호 등 한국의 미, 진주검무, 진주탈춤, 장고춤, 승무 등 한국의 춤, 고구려 단군왕검, 신라 박혁거세, 고구려 주몽, 가야 김수로왕 등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등도 하나 둘 전시되어 갔다.

초가을부터 남강 변에 소망등 터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무렵이면 대학시험 등 입시철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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