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4)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4)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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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객지에서 공부하는 조카 시험 합격하라고 소망등에 ‘합격을 기원합니다’ 는 마음을 담아 합격을 기원했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소망 등 달면 합격한다는 소문을 듣고 인터넷 주문이 폭주했다. 소원 성취하기로 ‘용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 성취 유등이 남강 변에 소망의 등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사업하던 친구가 어려운지 지난번 동창회 때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업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기원하고, 상생하려는 대기업 회장이 지역 중소기업 사장의 사업이 잘 되기를 기원했다. 뉴스에도 난 적이 있던 선남선녀 소망등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했다. 하트 모양의 유등 좌우에 남녀의 이름을 쓴 러브유등이 연인의 거리 대나무 숲에서 사랑을 속삭였다.

지난해 소망등 달았더니 결혼했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아들딸 짝을 찾으려는 부모들은 “저와 결혼하실래요.” 청혼 소망등을 아무도 몰래 걸어놓고 합장하고 기도를 올렸다. 노처녀 시집보내고, 노총각 장가보내기 작전에 남강의 가을 물결은 처녀총각 마음처럼 붉은 소망등 물결이 일렁거렸다. 전국 각지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한 소망들이 남강 변에 내걸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자국의 언어로 제작된 홈페이지를 통해 각자의 소망을 등불로 밝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건강을 기원하는 효자가 천리 길 서울에서 보내 온 “건강하세요” 란 효심을 품은 소망 등도 내걸렸다. 유등축제 구경 온 부모님이 자식의 이름을 보면 감격의 눈물이 강물을 적실 듯 객지에서 생활하는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안부를 전하는 소망 등이 밝게 빛났다. 평생 자식 걱정하는 부모는 “사업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하고 자식의 성공을 기원하고, 자식들은 부모 건강을 기원하는 효도의 소망등이 나란히 걸려 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남강에 비친 가을 햇 단풍이 든 촉석루 잔영에 의암 논개의 매운 얼처럼 붉게 물든 풍광에 전국 각지에서 온 소망등이 무르익는 가을빛으로 어우러져 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등을 만들기 위해 33만 시민들이 모두 나섰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 의암 바위와 진주성벽, 그리고 가장 높은 촉석루 기와지붕까지 이용하여 각각 따로따로 유등을 배치하지만 전체가 하나가 되어 거대한 유등이 되도록 했다. 가장 높고 거대하며, 세계에서 유일한 유등을 만들기 위해 50만 개의 유등들이 남강 변으로 모여들었다. 7만 혼령의 뜻을 유등 하나하나로 불을 붉히기 위해 시민 한사람 한 사람의 이름으로 전 시민이 참여해 임진왜란을 치룬 정신을 기리기 위해 남강 변으로 매일같이 몰려들었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대로 유등을 내 걸기 시작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유등의 꿈 이야기의 추억이 서려 있는 창작등 터널에 꿈이 내 걸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형등을 만들어 출품하는 창작등 만들기 경연대회에는 온갖 창작등이 재미를 더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등을 만들려는 유등 예술가들이 몇 년 전부터 동호회를 결성하여 유등 마을에서 수시로 모였다. 융합 시대를 준비하느라 첨단 기술을 접목한 유등을 만들기 위해 대학생 동아리들이 창작등 연구소를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각 가정에서는 저마다의 소원을 담은 소망등을 만들어 대문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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