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5)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5)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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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에 유등이 걸리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등 아파트가 생겼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들 방에 아이들이 자랑했던 꿈을 만들어 아이의 미래를 밝혀주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작은 유등에 하트 모양을 그려 ‘사랑해’ 하는 마음을 정성을 다해 새겨서 선물했다.

손님을 위해 유등을 달아 불을 밝힌 택시 내부에 ‘행복하세요’ 하는 기사의 마음을 전하는 작은 유등을 본 손님들은 은근히 기분 좋아 유등 이야기를 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시민의 발 시내버스는 버스 전체를 촉석루 유등으로 만들어 불을 밝히고 시민들을 태우고 달렸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유치원 꼬마의 손에는 귀엽고 작은 유등이 들려 있다. 빌딩에는 대형 유등이 걸리고, 사업장은 회사 상호 모양의 유등을 만들어 사업 번창을 기원했다.

준호는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소망등의 장관 앞에서 셀카를 찍어 민지에게 보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유등축제 준비상황을 민지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또 새롭게 변신하는 남강유등축제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남강유등축제 때 민지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이 일었다.

각 가정에서는 한지공예 유등을 만들어 손에 손에 들고 유등축제에 참여한다. 한지공예 유등으로 만든 은은한 불빛이 나는 아파트 베란다의 태극기를 걸던 자리에 소망을 담아 유등을 내걸었다.

진주 유등중앙시장을 시작으로 모든 가게들이 각자 개성 있는 유등을 내걸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식육점 등 육식가게들은 소와 돼지 등 커다란 유등을 가게 앞에 세우고 손님들에게 운치 있는 빛의 맛까지 볼 수 있게 배려한다. 남강 변 유등마을 골목을 일 년 내내 밝혔던 유등을 시작으로 골목마다 가로등이 유등으로 변하고, 평소 어두운 곳에는 누군가 내걸어 놓은 따스한 온정의 유등이 발길을 밝혀 준다.

도심의 모든 가로등은 거리의 특징을 살린 유등으로 빛난다. 도심을 관통하는 진주교와 천수교는 물론 진양교와 혁신도시로 이어지는 김시민대교 등 크고 작은 다리 교각을 유등 천으로 둘러치고 다리 난간에도 천을 둘러 다리 전체가 유등으로 변신했다.

뒤벼리와 망진산, 새벼리 절벽에는 빛 폭포가 쏟아지고, 대형 건물 옥상에는 각자의 소망을 담은 대형 유등을 세워 소망을 기원한다. 남강 변 쓰레기통마저 유등으로 변한다. 가족들과 유등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각자의 소망을 적은 소망등을 자신의 이름과 함께 전시장에 직접 설치하는 곳에는 길게 줄을 서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유등의 꿈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앞에는 유등 구경 온 사람들이 현장에서 직접 등을 만들어 자기가 적은 소망과 함께 남강에 띄우고 있었다.

매일같이 모양이 다른 등을 만든 시민 상징등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음악분수대에 모여 손에 등을 들고 소망의 불을 밝히고 가을밤을 천천히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진주성 공복문을 지나고, 인사광장과 중앙광장을 지나 축제의 주무대인 남강의 중심 다리인 진주교를 지나면 곧바로 망경 역사의 거리에 도착하여 잔디밭과 나무들 사이에 상징 유등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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