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옥 교수의 운동이야기
권선옥 교수의 운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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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할아버지, 지리산도 거뜬히 오를 수 있다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반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던 네팔의 바하두르 셰르찬(81)이 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셰르찬은 2008년 77세의 나이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해 일본의 야나기사와 가쓰스케(柳澤勝輔)가 세운 종전 최고령 기록인 71세를 경신한 바 있다.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근세포)는 특성에 따라 속근섬유(fast-twitch fiver)와 지근섬유(slow-twitch fiver)로 구분된다. 속근섬유는 근육수축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흰색 근육이기 때문에 백근섬유라고도 한다. 반면, 지근섬유는 근육수축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붉은색 근육이기 때문에 적근섬유라고도 한다. 적근섬유는 헤모글로빈이 가져온 산소를 세포막에서 미토콘드리아까지 이동시켜 주는 미오글로빈이라는 붉은 색소의 단백질이 많기 때문에 붉은 색을 띠고 있으며, 세포의 발전소라고 불리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많다.

속근섬유가 많으면 순발력(근력×근육수축속도)이 좋고 지근섬유가 많으면 오랫동안 근육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인 근지구력이 좋다. 지근섬유는 에너지효율성이 높아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발휘되는 근력은 크며 피로도에 대한 저항 또한 높다. 속근섬유는 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지근섬유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일반인은 적근과 백근의 비율이 비슷하고 오래달리기 선수(날씬함)는 지근섬유의 비율이 훨씬 더 높으며, 단거리달리기 선수(근육이 많음)는 속근섬유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그러므로 “마른 장작이 화력이 좋다.”는 말은 “마른 장작이 오래 탄다”는 뜻이 된다.

이동거리가 먼 새들의 근육은 대부분 지근섬유로 구성되어 있고 살(근육)은 붉은 색을 띠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것이다. 닭가슴살(근육)은 속근섬유인 동시에 백근섬유이고 닭다리살(근육)은 지근섬유인 동시에 적근섬유이다. 먹이와 산란처를 찾아 해류를 따라 원거리 여행을 하는 고등어를 비롯한 등푸른 생선들은 상당한 근지구력을 필요로 하기에 지근, 즉 붉은 살이 많다. 반대로 광어와 같은 연근해 어종은 모래 밑에 납작 움츠리고 있다가 천적이 나타나거나 먹이를 발견하면 순간적으로 먹이를 공격하고 위험에 처하면 재빨리 도망가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관계있는 근육인 속근(백근)이 발달되어 있다.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풀을 뜯으러 여행하는 초식동물들은 근지구력을 요하기에 붉은 살이 많고, 순간적인 스피드와 힘으로 그들을 제압해야하는 호랑이와 같은 육식동물들은 백근섬유가 많다. 따라서 아무리 배고픈 육식동물이라도 초식동물이 멀리 도망가면 근지구력이 약해 그들을 따라 잡을 수 없게 된다. 육상 단거리 황제 우샤인 볼트가 중장거리달리기선수만큼 중장거리를 더 빨리 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화는 모든 생명체에서 진행되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생명체 내의 모든 장기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저하시키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노화는 근육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근질량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지근섬유의 감소는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하다. 오히려 속근섬유가 지근섬유로 변함으로써 근지구력은 나이가 들어도 변화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젊은이처럼 빨리 달릴 수는 없어도 오래 걸을 수는 있는 것이다.

산을 오를 때는 얼마나 힘차게(순발력) 오르느냐 보다 얼마나 꾸준하게 지속적으로(근지구력) 발걸음을 옮기느냐가 더 중요하다. 70세 할아버지가 높은 산에 오를 수 있는 이유이다. 단, 평소 걷기를 즐겨하고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70세 할아버지라는 단서가 붙기는 한다.

/경상대학교 체육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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