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4)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4)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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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군 포로를 밧줄에 묶어 끌고 온 병사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수천 개의 만장 기를 앞장세운 5천여 명의 대규모 시가퍼레이드 행렬이 도심 중앙대로를 행진하는 가장행렬이 펼쳐졌다. 고깔모자에 꽃을 달고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수백 명의 농악단 행렬이 중앙대로에 들어서면 ‘덩덩, 덩덕 쿵’ 풍물패들의 흥겨운 장단이 도심 빌딩 숲을 울리며 이어졌고, 구경 나온 시민들은 인도에 걸터앉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 풍물패 장단이 흥겨워 도심 중앙대로에서 덩실 어깨춤을 추면 도심 전체가 신명에 덩실거렸다.

“움~메~!”

굵직한 황소울음 소리가 도심대로에 울려 퍼졌다. 수백 년을 이어온 소싸움에서 우승한 거대한 황소들이 우직한 몸매를 자랑하며 도심을 활보했다.

고추와 채소, 단감, 배 등 과일을 가득 실은 트랙터와 경운기 여러 대가 거리를 가득 메운 구경꾼들에게 신선한 과일을 나눠주고, 채소를 선물하며 농업 분야 최고의 맛을 선물했다. 외국에서 시집온 다문화가정 사람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고유 의상을 입고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나섰다. 전 세계 모든 홍보 대사들이 참여한 듯 각양각색의 고유의 풍습을 뽐내며 가장행렬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펑하고 대포 쏘는 소리가 나고, 포탄 대신 오색 꽃가루가 도심 하늘에서 내렸다. 여기저기 꽃가루 포탄이 터지면서 도심 빌딩 숲속으로 화려한 오색 꽃가루가 휘날리고 도로를 뒤덮었다. 꼬마 악단이 연주하며 행진을 하고, 유치원 꼬마들이 경찰관으로 분장한 가장행렬이 지날 때면 꼬마들 재롱에 어르신들의 눈가 주름이 화사하게 펴지며 세월의 시름을 잊었다. 다양한 한복을 차려 입은 실크한복 퍼레이드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도심대로 위에서 거리패션쇼를 펼치면 “참~! 곱다.”며 웅성거리는 시민들 눈빛은 한복의 자태에 매혹된다.

꼬마 사또가 행차하는 뒤로 부채를 든 진주기생들이 몸을 비틀며 요염하게 유혹을 한다. 왜군들이 기생들 주변을 맴돌고, 큰 칼을 찬 왜장이 의암바위 모형에 앉아 술잔을 마시며 기생들을 부르고 있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잊지도 않고 또 왔네~’

각설이 타령을 외치며 뒤따르던 각설이가 불거져 나온 엉덩이를 보란 듯이 더 까 벌려 보이며 왜장을 희롱하자 구경꾼들은 박수를 치며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전설에 나오는 거대한 청룡이 불을 뿜으며 용트림을 하며 도심 중앙대로를 솟구치듯 활보했다. 바로 뒤를 따르던 황룡이 금빛 용 비늘을 번득이며 날아가듯이 빠르게 솟구치며 청룡을 휘감았다. 청룡과 황룡은 도심 중앙대로에서 거대한 불을 뿜으며 서로의 기세를 더 높이며 승천하려 했다.

“봉황 행차요~! 징~잉~!”

장군 지휘봉을 휘두르며 선두에 선 동네 아저씨가 봉황의 행차를 고했다. 임금님의 행차와 같은 봉황 가장행렬은 풍물패를 앞장세우고, 봉황 깃발이 푸른 가을하늘에 나부끼고, 징소리에 맞추어 흰 옷을 입은 건장한 마을 남자들이 양쪽에서 줄을 당기며 봉황을 태운 마차를 밀고 행군했다. 수많은 구름 문양으로 장식한 거대한 마차 위의 봉황이 긴 꼬리를 좌우로 흔들고 오색 빛 날개를 우아하게 펄럭이자 품고 있는 알 주변에서 금빛 꽃가루가 휘날리며 신비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며 행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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