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5)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5)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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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동네 아낙들이 봉황이 길게 늘어뜨린 날개깃을 받들어 잡고 마차를 따랐다. 봉황 마차 뒤로 온갖 잡새들 옷을 입은 동네 사람들이 새 춤을 추며 따랐다. 큰 알을 품고 있던 새 중의 왕 봉황이 우아한 날갯짓을 하자 작은 새끼 봉황 두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오색 무지개빛 날갯짓을 했다. 봉황 행렬이 도심 중앙로타리를 돌아 남쪽을 향하는 순간 봉황은 남쪽을 향해 날갯짓을 했다. 한복을 입고 봉황의 깃털을 잡고 거닐던 동네 아낙들은 봉황이 날아오르자 합장기도를 올렸다.

몇 번의 날갯짓으로 중앙대로 위로 날아 오른 봉황은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올랐다. 진주 유등중앙시장 골목 위를 날자 상인들은 봉황이 날아온 행운을 올려다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장사가 잘 되기를 간절히 비는 상인들을 소망의 날갯짓으로 중앙시장 상공을 선회하며 희망의 날갯짓으로 하늘 높이 솟구쳤다. 촉석루 서쪽에서 유유히 흐르는 남강 물결 위로 봉황이 날았다. 금빛 태양 빛을 내는 눈부신 남강 물결 위로 양 날개를 펼친 봉황을 따라 수많은 고기 유등들이 따랐다. 갑자기 물속에서 솟구친 거북 유등이 지나가자 물위에 있던 토끼 유등이 등에 올라탔다.

바로 앞에서 돌고래 유등이 물속에서 솟구쳐 한 바퀴 회전하더니 다시 물속으로 첨벙 소리를 내고 들어갔다. 거대한 잉어 유등들이 남강 물위를 첨벙첨벙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물속으로 들어가 빠르게 헤엄쳤다. 저만치 진주성 촉석루가 보이자 봉황은 남강물결을 박차듯 솟구쳐 촉석루를 향해 날아올랐다. 진주성벽을 스치듯 날아 성 안으로 날아든 봉황은 몇 바퀴 선회를 하고는 촉석루를 향해 날았다. 남강을 굽어보고 있는 촉석루 상공을 날던 봉황은 몇 바퀴 선회를 했다.

진주 남강을 환상적인 빛으로 물들일 50만여 개의 유등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각 가정마다 유등을 밝히고, 가로등이 유등 빛으로 물들면 사람들 가슴속 소망들까지 1000만 개의 유등 불빛이 초가을 밤하늘을 밝히고 남강을 흐르고 있었다. 내내 기다렸지만 소식도 없는 민지는 오지 않았지만 준호는 열심히 준비한 자기만의 축제를 펼치기로 했다.

“그녀가 보지 않는다고 내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고, 지금 내 곁에 없다고 해서 사랑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하늘 아래, 세상 어디에 있을지라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제자리를 잡았다. 준호는 남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전하는 풍문으로라도 민지가 유등축제에 대해 듣고 있다고 믿었다.

“어디선가 보고 있겠지.”

민지를 생각하며 준비한 러브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주말 관광객이 오백만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톱으로 났다. 지방축제의 효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철저하게 준비한 진주 사람들은 벅차오르는 보람에서 솟구치는 기운을 에너지 삼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인터뷰에 박수를 보내며 서로를 격려했다.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리기 위해 진주성 성곽 둘레를 에워 싼 사람들이 풍등 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촉석루 난간 둘레에도 하늘로 풍등을 날려 보내 소원 성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촉석루에는 풍등을 날리려는 많은 사람들이 풍등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준호는 촉석루에서 남강 위 밤하늘에 오색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봉황을 조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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