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찾는다는 것은
산을 찾는다는 것은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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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고독할 때면 산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산의 침묵의 덕을 배우고, 조화(調和)의 진리를 터득하고, 진실의 정신을 깨닫고, 우정을 알고, 인간의 한계(限界)를 인식하기 위해서다. 또한 일에 지쳤을 때, 정신에 피곤을 느낄 때, 인생의 고독을 느꼈을 때, 삶이 메말라졌을 때 산을 찾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자연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의 분수와 능력의 한계를 준엄하게 인식시키기도 하지만, 산 앞에 겸손한 자만이 산의 벗이 될 수 있다. 산의 빛, 산의 침묵, 산의 정기 산의 음성, 산의 향기는 우리의 심정에 새로운 활력소와 생명의 건강성을 준다는 점이다.

산 속의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제 언어(言語)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언어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나무를 스쳐가는 바람은 소리로서 말하고, 아름다운 꽃은 향기로서 말한다. 바위는 그 형태로서 말하고, 맑고 깨끗한 계곡물은 주변의 그림자로서 말하고 초목은 빛깔로서 말한다. 다시 말해 위대한 언어는 침묵의 언어이듯 말로 하는 언어보다 무언의 언어, 침묵의 언어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치고 풍성한 것을 말해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에서 나무의 말을 듣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새기고 꽃의 음성을 듣고, 생물의 언어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서 악인이 없다는 것은 산의 정기가 그를 착하게 만들어 그 누구나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혼의 목욕이 필요하듯 깨끗한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찾고 우리의 마음에 낀 때를 씻고 정신의 오염을 정화시켜 인생에 많은 진리와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또한 산은 침묵의 천재이듯 산이 우리에게 침묵의 위대성(偉大性)과 침묵의 법을 가르치고, 장엄(莊嚴)을 가르친다. 정상의 품에 안겼을 때 인생의 다시없는 장엄미의 황홀함을 느끼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것은 아름답고 생명이 길고 부자연스러운 것은 그렇지가 않다.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산은 우리에게 조화(調和)의 진리를 가르치듯 자연은 조화(調和)이며 조화는 미(美)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간의 행동에는 부자연(不自然)과 부조화(不調和)가 많지만, 자연은 조화가 아닌 것이 없기 때문에 위대한 예술이다. 우리는 산속을 거닐면서 자연의 위대한 조화에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도 법은 질서를 말하듯 자연의 모든 존재는 질서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우리를 기만하거나 속이지 않는 것은 진실만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의 자기를 잃어버리고 거짓과 가식, 외양(外樣)의 꾸밈의 차원으로 전락하기도 하며, 허위가 인간에게 있는 것도 인간이 인간을 기만해서이기도 하다. 인간의 구원이란 것도 우리가 자연처럼 소박해질 때 나타나는 것이며, 산이 위대한 교육자라는 것도 산속에 있을 때 거짓에서 벗어나고 자기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교(技巧), 아첨, 술수(術數), 거짓들이 자연의 위대한 단순성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산에서는 미움이 없어지고 진실한 인간적 대화가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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