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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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왕국 IBM의 창설자 토머스 왓슨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1955년부터 매년 미국 내 500대 기업을 골라 발표하는 ‘포천 500’ 가운데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요지부동의 선두 업체는 바로 IBM과 휴렛패커드(HP)다. 이 두 회사는 각각 1955년과 1962년에 포천 500대 기업에 등장한 이후 계속해서 업계 선두권에 군림하고 있다. 1911년에 창립된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은 세계 최초의 IT 전문 기업으로 평가된다. IBM은 종이 카드에 구멍을 뚫어 정보를 기입한 뒤, 이를 인식·연산하는 천공카드 기기에 집중해 해당 분야의 1위 업체 자리에 올랐다.

천공카드 시스템을 고안한 독일계 미국인 허먼 홀러리스(Herman Hollerith)가 1896년 창설한 터뷰레이팅 머신 사(社)가 1911년에 타임레코드와 저울 제작사 등 3개사를 합병해 세운 CTR(Computing Tabulating Recording Company)이 IBM의 전신이다. CTR은 한때 경영 부진에 빠졌으나 1914년 토머스 J. 왓슨(Thomas J. Watson)을 사장으로 영입해 급성장의 계기를 이룩했다. 1924년에 회사 이름을 IBM으로 변경하고 토머스 왓슨의 아들 토머스 J. 왓슨 주니어의 노력으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하였다. IBM이 PC를 개발한 뒤 내부를 공개함으로써 수많은 업체들이 PC의 주변기기를 개발하였고 IBM은 로열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PC의 기술은 빠르게 보급되고 성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IBM은 PC의 기능을 보강하여 PS/2라는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어 로열티를 받으려 하였으나 수많은 업체들과 사용자들은 PS/2를 외면하였다. 결국 PS/2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IBM은 주로 대형 컴퓨터 메인프레임을 위주로 한 하드웨어 업체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IBM의 실질적인 창설자 토머스 왓슨은 1874년 2월 17일 미주리 주의 벌목꾼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그리 특출한 재능을 보여주지 못한 그였지만 “아버지처럼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잡화점 경리, 철물상회, 재봉틀 영업원 등 다양한 일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방황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1896년 금전 등록기 제작업체인 NCR에 견습 사원으로 입사하면서 그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NCR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왓슨은 평생의 친구이자 동료를 만나게 되는데 그 중 챨스 키터링은 IBM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되었던 연구개발 분야에서 왓슨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는 당시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영업책임자 왓슨에게 기술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신기술이 출현할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멘토이자 친구였다. 왓슨은 여러 친구와 동료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점 사업에 대한 감을 키워나가게 되고 이른바 왓슨 고유의 경영철학을 서서히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꽤나 이질적인 세 개의 별도 회사를 강제로 합쳐 놓은 골칫덩어리 회사인 CTR을 이끌게 된 왓슨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는 당장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상식으로는 과감한 인력삭감과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고자 했을 법도 한데 왓슨은 전혀 새로운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는 곧 왓슨이 바로 IBM 왕국을 건설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왓슨은 CTR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자신의 첫 포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항상 우리 사업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이 사업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든 자회사들이 우리는 하나이고 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며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부지런히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IBM을 통솔한 1914년부터 1956년까지 42년간 줄기차게 강조한 팀워크와 협동정신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IBM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되었다. 왓슨이 IBM에서 물러난 것은 1956년 5월이었고 그 다음달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장남인 왓슨 주니어는 1971년까지 CEO의 자리를 지켰다. 왓슨 부자가 IBM을 60년간을 통치한 셈이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thomas_watson_jr
토마스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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