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녹지에 대한 생각의 변화
도시녹지에 대한 생각의 변화
  • 경남일보
  • 승인 201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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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철 (경남과학기술대 조경학과 교수)
진주가 고향인 필자는 20년 가까운 서울생활을 접고 다시 이곳으로 내려왔다. 젊은 학창시절의 풋풋하고 아련한 추억들을 간직한 칠암벌 모교에서 생활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이요, 고향의 혜택을 누린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칠암동(현 천전동)에서의 옛 추억은 나에게 더 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중학교 3년을 합치면 줄곧 8년을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중학교에 진학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박한 회색빛 도시에서만 머무른 셈이다. 그간 수도권이나 지방도시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은 많은 변화와 경제발전을 거듭하였고, 그에 따른 도시의 팽창과 과밀화도 너무나 빠르고 역동적이었다.

필자가 모교에 부임하던 당시의 생각과 분위기를 정리해 보았다. 도시개발을 부추기고 개발이익을 기대하던 건설 관련자나 시민들과 함께 자리하며 불편하게 듣고 느꼈던 대목이다. 그 주된 내용이 노른자위 땅인 진주산업대(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만 비우고 그 자리를 개발하면 대박(경제적)이고 도시의 면모도 새롭게 바뀐다는 확신에 찬 제안들이었다.

다시 말해 대학의 역사나 다름없는 학교 숲과 실습용 농경지 등 이용 효율이 하찮게 보이는 이곳을 방치하지 말고 아파트나 시가지(상업지구)로 개발하자는 논리였다. 그러나 학교는 아무런 고민도 대책도 없이 버티고 있으니 도시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푸념들이 박수를 받으며 회자되곤 했다.

능력 있으면 누구라도 좋으니 빨리 판단하여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진주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생각들이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그럴 때마다 마음 조아리며 빚지거나 죄 지은 사람처럼 마음 아파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개발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의 중심에는 모교가 옮겨감으로써 잃게 될 역사성과 추억이었다. 교실과 운동장을 비롯하여 젊음의 애환이 담긴 공간들이며 나무 한 그루 자연석 하나에도 학창시절의 소중한 느낌들이 스며 있다는 사실에 더욱 집착하며 가슴앓이를 했던 것이다.

그간 도시의 물리적 환경도 변하고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잡초나 불순물처럼 제거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강변의 습지식물들이 자라나 요즘은 제법 푸른 기운이 감돈다. 그런가 하면 도시의 공원 녹지나 건강한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의외로 많아졌다.

도시의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도시 숲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고 중요하다.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심리적 안정과 정서순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최근 수목원이나 자연휴양림이 도시민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더해가는 것처럼 나무와 숲은 인간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안정과 치유의 효과가 가장 높은 문화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시공원의 확충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절실하다. 그렇다고 사유지를 매입하여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기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현실성이 희박하다. 도시민들은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여가활동을 바란다.

앞으로 생활권 가까이에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도시 숲이나 여가공간이 많이 확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최근 칠암동 캠퍼스의 여유롭고 울창한 도시 숲과 젊음들 사이에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 인접한 병원들에서 찾아온 환자들의 산책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끊임없이 개발압력을 받아오던 100년 역사의 학교 숲이 이제 강변녹지와 더불어 지역의 오아시스로 자리매김되며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엔 시민들의 산책코스나 열린 쉼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심신을 안정시키고 치유한다는 힐링 장소로 인기를 더해간다.

미래도시의 경쟁력은 맑고 푸른 환경과 문화가 어우러진 살기 좋고 매력적인 쾌적한 생활환경이라고 한다. 그래야 도시가 활력을 되찾게 되고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자자손손 건강하게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호철 (경남과학기술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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