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먹는 하마, 대학을 고발한다
등록금 먹는 하마, 대학을 고발한다
  • 연합뉴스
  • 승인 201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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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해커·클로디아 드라이퍼스 신간 '비싼 대학'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이라는 믿음을 쫓을 새는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일터를 전전해야 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낭만적인 기대를 해 볼 여유는 없다. 진리에 대한 갈증보다는 몇 학기째 토씨 하나 바뀌지 않는 교수의 학업 계획서와 선배에게서 입수한 강의노트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방편임을 영리한 요즘 대학생들은 안다.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수식어가 옹색해진 요즘 대학 캠퍼스의 풍경이다.

신간 ‘비싼 대학-미국 명문대는 등록금을 어떻게 탕진하는가’에 담긴 문제의식도 바로 이러한 ‘망가진’ 대학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앤드루 해커 퀸스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와 클로디아 드라이퍼스 뉴욕 타임스 기자가 공동 집필한 저서는 미국 유수 사립대학교들이 어떤 방식으로 비싼 등록금을 ‘갈취’하는지,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는 학생들은 왜 그에 걸맞은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지 낱낱이 밝힌다.

저자들은 제 값을 하지 못하는 대학 교육의 수준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강의를 명목으로 급여를 받는 교수들이 정작 강의실의 학생들을 찬밥 취급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문제는 연구와 논문 실적이 최우선시 되는 교수 평가 기준이다.

종신직 심사에서 통과하거나 외부 연구·교육기관의 스카우트 기회를 잡기 위해 교수들은 강의보다는 이목을 끌만한 논문을 발표하는 데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혁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전임 교수로 승진하려면 선임 연구자의 이론을 뒤집는 식의 도발은 피해야 한다. 전임 교원의 신분이 보장되면 3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안식년과 안정적인 수입을 누리면 될 뿐 더 이상 의욕적으로 연구를 할 필요가 없다.

“교수님들은 우리를 위해 여기에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하버드 대학생의 말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에도 명문 사립대를 열망하는 미국의 학생·학부모는 여전히 많다. 4년간 교육비로 25만 달러(한화 2억6500만원)를 들여야 하지만, 이들 학교의 학사학위 졸업장을 거머쥐기 위해 빚더미도 마다않는다.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태도가 아닌 셈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학생·학부모의 심리는 명품 구매 욕구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가격이 비쌀수록 좋은 제품이고, 좋은 제품은 당연히 가격이 비싸다고 믿는 이치와 비슷하다는 거다.

또 학생·학부모의 관심이 교육의 질보다는 명문대 ‘브랜드’를 갖는 것 그 자체에 있다는 점도 대학 강의의 수준을 곤두박질치도록 두는 원인이다.

저자들은 “대학이 가격표처럼 붙이고 있는 등록금이 그 학교의 학위 가치를 말해주는 한, 대학들은 일단 비싼 등록금을 내걸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호화로운 시설과 산학기관·연구센터를 없애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행정직을 줄이고, 청춘들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지식의 전당’ 역할을 하려는 ‘무명’ 학교들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역설한다.

“대학교육은 어떤 것이 돼야 할까? 우리는 젊은이들이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현실과 정신세계를 자극하는 문제들에 대해 치열하게 사고하면서 지성을 사용하기를 바란다.” (13쪽)

김은하·박수련 옮김. 지식의 날개. 340쪽. 1만7000원.

비싼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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