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사프로그램에 과잉 의존"

방통심의위 종편 토론회 "설립 취지 어긋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다양한 채널을 종합적으로 편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온 송종현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최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과 평가’ 토론회에서 “종편이 많게는 5개까지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매일 편성하는 ‘고정 편성’을 심화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시장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조사를 인용해 8월 기준으로 TV조선, 채널A, MBN을 포함한 종편 3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비율이 56.2∼67.1%에 달한다고 밝혔다. KBS, MBC, SBS를 아우르는 지상파 3사의 편성비율(31.2∼35.8%)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토론자로 나온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말만 종편이지 실제로는 시사전문 프로그램 제공자(PP)로 운영되고 있다”며 “내년에 있을 재승인 심사를 생각해서라도 진지하게 종편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런 편성 속에서 종편이 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균형성과 품위까지 놓치는 현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가 TV조선, 채널A, MBN, JTBC 등 종편 4개사가 출범 이후부터 올해 10월까지 2년여 동안 방송심의규정과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받은 제재 건수를 집계한 결과, 총 37건으로 드러났다. 이 중 가장 많이 적용된 심의제제 관련 조항은 ‘품위유지’로 전체의 44.1%(26건)를 차지했다. 공정성, 공적책임, 객관성을 아우르는 ‘불편부당성’ 관련 제제는 모두 14건으로 23.7%의 비중을 보였다. 명예훼손 관련 제제가 11.9%로 그 뒤를 이었다.

송 교수는 “이런 편성 행태가 종편 출범의 의미와 취지를 퇴색하고 종편에 돌아가는 다양한 특혜를 누릴 근거도 희박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 점검 시스템 마련은 물론이고 관련 심의규정을 신설하거나 확대적용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또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과도한 편성이 일부 평론가의 겹치기 출연, 제대로 여과되지 않은 발언, 오락화하는 정치평론 문화 같은 부작용을 낳으며 정치평론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종편의 정치평론은 특정 진영의 문제점만을 부각하는 데 몰두해 ‘평론’보다는 ‘주장’에 가까워졌고 평론 대신 캐릭터 구축이나 서로에 대한 빈정거림만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정파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닌데 주장과 의견전달 중심의 ‘흥분 저널리즘’이 되다보니 보수성이라는 이념 자체도 너무 가볍게 취급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방송계에 미친 긍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관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려운 문제를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고 전문가와 일반 시청자가 만나 진지한 토론을 하는 등 지상파가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방송으로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나온 지적에 대해 종편 당사자로 토론에 참여한 권오형 TV조선 심의실장은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고 종편 입장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노력이 실제 변화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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