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복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노인 복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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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복지정책의 재원마련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대선 당시의 공약보다 후퇴하는 정책들도 많고, 여기저기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활발하다. 그런 와중에 지난 8월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복지정책을 실시하기 위한 재원마련도 그 목표의 하나일 것이다. 개정안 중에는 처음에 발표해서 큰 논란이 일었던 소득세율 구간조정 기준이 상향조정된 것에서부터 일부 사업자들에게 주어졌던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에 이르기까지 여러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세법이나 경제정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던 내가 이 소식에 마음이 간 것은 내용 중에 그동안 폐자원을 수집하여 판매하는 사업자(우리가 고물상이라고 부르는 사업자)에게 주어졌던 비과세 감면혜택을 폐지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재활용 폐자원 등에 대해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는 자원순환 사회의 구축과 녹색성장을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폐자원을 수집해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매입가액 중 일정금액을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으로 공제해 줌으로써 폐자원의 수집을 보다 원활하게 해 환경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하나’라는 해석과 함께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고물상 사업자가 아니라 길을 가게 되면 심심찮게 마주치게 되는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었다. 굽은 허리로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이곳저곳에서 폐지나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고물상에 가져다주고 몇 천원의 돈을 손에 쥐고 돌아가는 할머니들 모습, 그리고 그 할머니들이 낙담하고 분개하는 모습이었다. 고물상에 대한 비과세 감면혜택이 줄어들면 세금이 늘어난 사업자는 당연히 폐자원을 구입하는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고, 그렇다면 할머니들이 손에 쥐는 돈은 더 얄팍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후에 정부는 다시 ‘기초노령연금 차등지급과 국민연금 연계’와 같은 노인에 대한 복지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대선공약의 후퇴라는 반발을 불러왔고, 이 사안은 온 나라를 들끓게 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정책은 현재의 저소득 노인들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재 소득 상위 30%의 노인들과 미래의 노인들에게 많은 문제를 안겨주는 정책이어서 논란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논란을 보면서 세법개정안과 복지정책 모두에서 노인에 대한 배려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고, 그에 대한 인식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전체가구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유사한 16.5%인 반면 65살 이상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67.3%나 된다. OECD 평균의 4배가 넘는다. 노인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노인들이 처한 상황이 단지 우리 사회가 노령화 사회로 진입해서 노인의 비중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 게을렀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분들은 과거 우리나라 고속성장 시대에 온몸을 바쳐서 일해 온 분들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지금은 빈곤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국가가 이같이 자신의 체력과 재산을 소진시켜 버린 노인들에 대해 체계적인 복지, 일자리 창출 등의 배려가 소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노인들에 대한 정책에는 노인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것에 맞춰 그분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폐자원 수집판매 사업자에 대한 비과세 감면혜택을 폐지할 때, 그 폐지가 가져 올 결과를 민감하게 따져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노령연금 정책을 입안할 때 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복지를 위해 세원이 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소외되는 영역이 없는 복지대책과 그에 따르는 종합적인 세금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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