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문화 이젠 던져버릴 때가 됐다
공자문화 이젠 던져버릴 때가 됐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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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덕 (진주문화원 감사·전 보건대 외래교수)
얼마 전 딸 결혼식 폐백에서 외할머니보다 차례가 뒤였던 고모가 토라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즉 고모가 먼저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외할머니는 폐백대상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물어본즉 대체로 나이가 든 쪽은 고모가 우선이라는 대답이 많았고, 비교적 젊은 층은 외할머니에게 손을 들어주는 쪽이 많았다. 여기서도 세대차의 현상을 엿볼 수 있었다.

나이든 쪽의 주장대로라면 우리사회가 아직 가부장적 부계중심 사회의 남성우월주의가 지배했던 공자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와 설득을 위해 애썼지만 공자문화를 철저히 신봉하는 부류는 통하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철칙으로 지키려고 했던 공자사상은 서구사회의 합리적인 사고로 이루어진 자연주의 사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나’라는 존재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태생되었고,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그리고 어머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로부터 태생되었다. 이것을 직계라고 한다.

그러나 고모는 아버지의 형제인 곁가지에 불가한 방계로 표현된다. 따라서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는 직계로서 같은 서열로, 고모와 이모는 방계로서 같은 서열로 예의를 표하는 것이 옳다고 정의할 수 있다. 즉 ‘나’를 중심으로 고모나 이모인 방계보다 친·외조부모인 직계가 우선되는 게 옳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나’의 생명과 관련이 없는 고모보다 ‘나’의 생명을 잉태하게 해준 외할머니가 먼저라는 합리적 자연주의 논리이다.

여기서 필자는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지켜져 온 공자문화가 얼마나 비합리적 인위적 사고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날 여자가 결혼하여 아들을 낳지 못하는 등 이른바 칠거지악이라고 해서 그 결함을 오직 여자에게 덮어씌워 문밖으로 내몰았던 때가 있었다. 갈 곳 없는 아낙은 친정을 찾았지만 출가외인이라 해서 또다시 내몰려 결국은 뒷산에 올라 나뭇가지에 목을 매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웃지 못할 문화를 철칙이라 여기고 살아온 것이 우리다.

지금도 버려야 할 출가외인이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더러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세상이 다 바뀌어도 딸은 언제나 나의 자식일 뿐이다.

장유유서는 어떤가. 목마른 사람이 먼저 마시면 되는 찬물을 왜 반드시 어른이 먼저야 하는지, 먼저 본 사람이 먼저 하면 되는 인사를 나이 적은 사람이 먼저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것은 어른을 공경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자.

부부를 일심동체라 했는데 이것 또한 우습다. 부부는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각각의 인격체다. 태어난 곳이 다르고 자라난 환경이 다르며 성격과 취미도 다르다. 이것 또한 서로 신뢰하면서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합쳐 행복하게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자.

그러나 출가외인과 칠거지악 같은 여성경시 풍조, 고모가 먼저라는 남성 우월적 친가 우선사고는 받아들이기 힘들 뿐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상명대학교 김경일 교수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저서에서 “1910년 한일합방, 1950년 김일성의 남침, 1997년 김영삼의 IMF, 세 번을 죽다 살아났다. 그는 이런 위기의 연속에는 우리들 내부에 숨어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를 위한 도덕이었고 ‘남성’을 위한 도덕, ‘어른’을 위한 도덕,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 이것들은 오늘날 우리들 삶의 공간에 필요한 투명성과 평등, 번득이는 창의력, 맑은 생명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들이다. 유교의 유효기간은 이제 끝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윤덕 (진주문화원 감사·전 보건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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