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포대를 찢고 뿌리고 퇴비와 씨름
500개 포대를 찢고 뿌리고 퇴비와 씨름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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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퇴비 살포
절기상으로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엊그제 지나갔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고 했는데 지난주에는 한차례 추위가 닥치고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음력으로 10월이 끝나지 않은 지금쯤이면 추수를 끝내고 큰 걱정 없이 보내며 겨울 채비를 할 때다. 한편 햇곡식으로 빚은 음식을 조상에게 올리는 시제를 지내기 위하여 경향각지로 흩어졌던 친족이 모이기도 한다.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추위에 약한 무를 뽑아 갈무리 했다. 지난주에는 비교적 큰 무만 뽑아왔으나 이웃 분들이 밭에 그냥 두면 얼려서 버리게 될 것이라며 서두르기에 따라서 작은 무까지 수확을 마쳤다. 그냥 두었다가 버리는 것 보다는 뽑아 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겨울을 나는데 무만큼 쓰임새가 많은 채소는 없을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났다.

며칠 있으면 김장을 해야 될 것 같아 그냥 두었던 배추포기를 끈으로 묶었다. 이웃 분들이 묶으면 속이 더 잘 찬다며 너도나도 나서기에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끈을 잘라서 묶지 말고 긴 끈을 이용하여 묶는 방법을 가르쳐주어 쉽게 끝낼 수 있었다. 배추를 묶었던 끈도 수확이 끝나면 풀어서 뭉쳐 놓으면 재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래저래 좋은 방법이었다.

김장배추는 고구마를 심었던 곳에 수확을 끝내고 심었다. 모종을 사다 심은 배추가 자리를 잡아 성장을 하게 되자 멧돼지가 찾아와 밭을 파 뒤집기 시작했다. 땅속에 묻혀있는 고구마를 파먹기 위함이지만 먹지도 않는 배추가 훼손되기 일쑤였다. 처음 200포기를 사다 심은 배추는 100여 포기만 남게 되고, 빈 곳을 채우기 위하여 두 번에 걸쳐 보식을 해야만 했다. 배추를 묶으며 살펴보니 늦게 보식을 한 것은 속이 차지 않아 김장용보다는 밭에 그대로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뽑아 쌈이나 나물거리로 이용하면 좋을 만큼 자라 있었다.

얼음이 얼고 새벽이면 된서리가 하얗게 내리자 과일나무도 낙엽이 지며 나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독 매실나무만 지난주에 닥쳤던 한두 차례 한파에도 푸른 잎을 떨치지 않고 있다. 매실나무는 잎이 늦게 지고 꽃이 일찍 피어 다른 나무보다 생장기간이 길다. 이런 매실나무의 특징 때문에 거름을 주는 방법도 다른 나무와 달리 해야 한다고 한다. 보통 과일나무는 겨울 휴면기에 밑거름을 하지만 매실나무는 그보다 빠른 늦가을인 10~11월에 거름을 준다.

그동안 보관하고 있던 퇴비가 없어 미루어 왔던 매실나무에 거름을 뿌렸다. 내년도에 사용할 퇴비를 미리 배달해 줄 것을 부탁했더니 주초에 실어다 주었다. 퇴비도 잘못 사용하면 땅을 버린다고 하여 이웃에 물어 퇴비를 주문했다. 이웃의 말로는 한 가지만 고집하지 말고 성분이 다른 퇴비를 2~3년 주기로 바꿔가며 사용할 것을 권했다. 올해는 주성분이 닭똥으로 만든 퇴비를 시용했으니 내년에는 해산물이 섞인 퇴비를 주문하여 사용해 보라고 한다.

퇴비를 밭에 뿌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500포대가 넘는 퇴비를 밭까지 운반하고 포대를 일일이 찢어서 뿌려야 하는 반복되는 작업이 여간 힘들지 않다. 조금 나은 것은 지난달에 굴삭기를 이용하여 과수원 구석구석까지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길을 내었기 때문에 운반에 따른 어려움은 덜었다.

퇴비 뿌리는 광경을 보고는 내년부터는 퇴비살포기를 이용해서 사용해 보란다. 손톱이 망가지도록 퇴비포대와 씨름하지 말고 퇴비살포기를 빌려와 이용해보면 포대로 된 퇴비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올해는 퇴비 주문도 끝냈고 거름 주는 것도 절반은 끝냈으니 내년에 가르쳐 달라고 했다.

해마다 가뭄이 들면 과수원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가슴 아파 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동안 부모님께서는 과수원을 운영하면서도 자연현상에 의존하는 농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농사를 돌보며 필자 또한 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어떤 식으로든지 가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우선 지하수를 개발하기로 결정하자 전기가 필요했다.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해서는 단선전기가 아닌 삼상전기를 끌어와야 효과적이라고 알려줘 전기신청부터 마쳤다. 올겨울에는 지하수부터 파고 창고도 하나 지어볼 참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퇴비살포
초보농사꾼이 퇴비를 과수원에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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