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으로 공훈 예술가들조차 생활고를 걱정하던 1992년, 레닌그라드 국립 콘서트 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을 가졌다. 단원들은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식사는 햄버거에 콜라 한 잔, 숙소는 모텔을 선택했다. 그래도 연주만은 민족적 정서가 밴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들려줬다. 출국 전날에는 동대문시장에 들러 받은 출연료로 가족들을 위해 생필품을 한 꾸러미식 사들고 즐거워하던 얼굴들을 잊을 수 없다. 음악가는 눈앞의 관객을 위해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뒤의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연주하는 신성한 노동이기도 했다.
/문화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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