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들에 나갈 때 하늘을 먼저 본다
농부는 들에 나갈 때 하늘을 먼저 본다
  • 이웅재
  • 승인 201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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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정국이 어수선하다. 중앙에서 한참 떨어진 변방 소도시에까지 울림이 크게 전해져올 정도니 진원지의 강도가 어떨지 익히 짐작이 간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기 싫은 일도 마지 못해 해야만 하는 처지의 국민사정을 헤아리다 보니 조선조 어느 선비의 ‘하나의 사실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떠들기만 하는 정치가 싫어 낙향한다’는 쓴소리가 떠오른다.

정치가 부와 권력, 명예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 구조라는 폐단을 지적하는 소리가 나온지 오래지만 개선보다는 정치지망생이 늘어가는 기현상을 보인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며 정착시켜온 지방자치제도가 이런 분위기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큰 정치든 작은 정치든, 입법기관이든 행정기관이든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자기보다는 주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더 많다. 그런데 많은 출마자들을 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보다 입신양명을 좇는 듯해 안타깝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론되는 사천시 출마후보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인사가 더러 있어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누구누구보다는 내가 더 많이 득표할 수 있다’는 것이 출마의 변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신양명의 전형적인 예로 배척의 최우선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류가 얼마일지도 궁금하다. 시민이 심판하는 무대가 선거판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출마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랄 뿐이다.

막무가내 출마로 후보가 난립하면 시민의 옳바른 선택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선거폐단으로 줄곧 지적되어온 혈연과 학연, 지연에 기댄 출마의 비극은 자신은 물론 결국 시민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선거가 끝나면 이웃간에 한동안 ‘눈 마주치기 싫어서 논길 돌아간다’는 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믿기 힘들지만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능력과 용기를 갖춘 적임자를 뽑아야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 정치적 식견과 능력을 갖춘 적임자가 공공을 위한 자리에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도 지역사회 공동체 구성원이 가져야 할 미덕이다.

지방자치제 실현 이후 자치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언론의 질타가 가해져도 개선의 조짐조차 보기가 쉽지 않다. 요지부동(搖之不動)도 분수가 있지 오죽하면 철밥통이라고 비꼴까. 정년보장이 소신행정보다는 자리보전의 폐단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해선 미래가 어둡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조직이 운영되다 보니 공직기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윗사람 눈치보면서 적당히 일 하다가 승진하면 하고 아니면 말지란 막말이 횡횡한다. 일파만파로 번지지 않도록 빨리 손보지 않으면 전체가 감염된다.

아무리 좋은 약도 시기를 놓치면 약발이 듣지 않는다. 고질 치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공직사회를 볼 때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약으로 안되는 중증이라면 수술대에 올려 칼로 도려내야 한다.

논어에 양약고구 이어병이요 충언역이 이어행(良藥苦口 利於病 , 忠言逆耳 利於行)이란 문구가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고는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다는 뜻이다. 고난은 마치 쓴 약과 같다. 누구나 쓴 약을 먹기 싫어하지만 꾹 참고 먹으면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고질로 굳혀지면 천하의 명의도 치료가 어렵다. 기득권을 향해 쓴 소리를 뱉고, 쓴 약을 처방할 능력과 용기가 필요한 때다.

농부는 들판에 나갈 때 하늘을 먼저 살핀다고 한다. 하루 실 시간 천기에 일년 농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씨 뿌리고 수확하는데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없는 것이 농사다. 하루하루 분초도 눈길을 떼지 않는 농심의 크기가 수확량을 좌우한다. 과연 우리의 출마 후보자들은 수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내년 6·4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은 출사표에 ‘진단과 처방’에 관한 구체적 로드맵을 담아 국민의 선택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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