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의처증·의부증
<이준의 역학이야기> 의처증·의부증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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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는 공간과 시간의 예술이다. 10천간은 사주팔자의 기본요소로 동서남북 공간지각에서 태어난 개념이고, 12지지는 해와 달과 지구의 운행에서 나타난 시간인식의 개념이다. 10천간이 12지지의 계절과 세월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사주팔자이다. 즉 시간과 공간의 예술이 사주팔자이다. 이 시공의 세월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팔자대로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대단한 존엄의식으로 살아가고, 어떤 이들은 지독한 자기비하로 살아가지만 그 차이는 도토리 키재기이다. 사람을 물질·육체로만 보는 사람들은 뇌구조와 DNA를 중시하며 이것이 사회적 위상을 결정한다고 단언하는 반면에 정신·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성장배경과 사회적 학습의 심리구조를 중시하고 이것이 사회적 위상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을 사주팔자의 기운으로 보는 사람들은 시운(時運)에 따라 나타났다 꺼져가는 기(氣)의 이합집산(離合集散)으로 본다. 하기에 세상사 부귀영화 장수복록도 기의 흐름과 조화의 관계로 본다. 기의 흐름을 잘 살피고 이를 잘 조절하면 부귀영화 장수복록이 보장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빈천단명(貧賤短命)함을 면치 못한다고 본다. 기의 조절의 핵심은 음과 양이고,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의 가장 근본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고 사랑이다.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이 그러하듯 음양의 조화로 사물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남녀기운의 조화가 또 다른 운명을 만들어 간다. 그리하여 남녀의 만남은 대단히 중요하다. 남녀관계는 이타적인 것 같으나 사실 굉장히 이기적이다. 오로지 공동의 목적은 자기존재의 연장으로서의 새로운 자기 분신인 자식을 생산하는 것뿐이다. 이것으로 가정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사회의 바탕이다. 그리고 이기적 속성으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오로지 자기의 것으로 지키려 한다. 이것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법이고 계약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남녀개체들은 약속과 법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배우자 외 다른 이성을 추구한다. 여기에 남녀갈등과 애증(愛憎)이 교차한다. 갈등과 애증이 뒤범벅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의처증(疑妻症)·의부증(疑夫症)이다.

이 의처증·의부증은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농담이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도둑놈 눈에는 도둑놈만 보이고, 사기꾼 눈에는 사기꾼만 보인다. 자기가 바람피우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니 그것을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이것이 의처증·의부증의 실체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투사(投射·projection) 또는 투영(投影)이라 한다. 이런 이치가 사주팔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의처증·의부증을 가진 사람들 팔자의 공통점은 암합(暗合)이 있다는 것이다. 암합이란 일간과 합이 되는 천간이 지지에 숨어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자기(일간)가 다른 이성과 합해지고 싶다는 잠재의식이 상대방 이성·배우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들어 있다는 말이다. 의처증·의부증은 상대방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라는 뜻이다.

예컨대 의처증이 생길 수 있는 남자의 일주(日柱)는 일지 정재(正財)와 암합하는 것으로 갑오(甲午), 병술(丙戌), 무진(戊辰), 경진(庚辰), 임술(壬戌)이다. 의부증이 생길 수 있는 여자의 일주는 일지 정관(正官)과 암합하는 을사(乙巳), 정해(丁亥), 기해(己亥), 신사(辛巳), 계해(癸亥)라 할 수 있다. 또 천간에 배우자성이 쟁합을 이룬 경우, 배우자성이 허합자로 들어와 있는 경우, 정도는 조금 덜하지만 일간과 대비하여 배우자가 되는 10천간이 일주 지장간에 들어 있는 경우도 의처증·의부증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암합이 있다고 하여서 모두 의처증·의부증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암합이 있고 정인과 편인이 혼잡하여 있을 경우, 즉 남녀 모두 어린 시절 및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의 사랑이 모자랐거나 없었거나 왜곡되었을 경우 성인이 되면 거의 틀림없이 의처증·의부증으로 발현된다. 그 다음 조건이 암합이 있고 정재와 편재가 혼잡하여 있을 경우, 즉 남녀 모두 어린 시절 및 성장과정에서 아버지의 보살핌이 기대에 미치니 못했거나 없었거나 비틀렸을 경우에도 성인이 되면 의처증·의부증이 나타난다. 어린 시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성인이 된 후에도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또 부부싸움을 자주 하고, 아버지(재성)가 어머니(인성)를 때리고 구타하거나(재성이 인성을 극하는 팔자 구조), 아버지(재성)가 내가 싫어하는 것(편관)을 골라서 하거나(재생살의 팔자구조), 팔자에서 남편(정관) 운이 약하거나 아내(정재) 운이 약할 경우에도 의처증·의부증이 나타는 조건들이다.

이래저래 남자 되기도 어렵고 여자 되기도 어렵다. 더구나 부모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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