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안녕한 무장애도시
시민이 안녕한 무장애도시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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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건축학과 교수)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철도파업과 관련하여 등장한 ‘안녕들 하십니까?’는 장안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동일한 사안에 대한 노사의 주장이 정반대이며, 심지어 모두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로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를 똑같이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정치권도 마찬가지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쟁점이 생길 때마다 여당과 야당의 해석과 견해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이처럼 챙겨야 할 민생은 뒷전에만 두고 실효성 없는 소비성 논쟁만 일삼고 있는 것 같아 국민들의 마음은 정말 안녕하지 못하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중도가 전혀 없는 극우파와 극좌파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양극화체제는 이미 한물 간지가 오래된 구시대 유물이다. 세계는 제2차 대전 후에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양분되어 사상, 정치, 경제는 물론 군비경쟁에 이르기까지 극한의 대치양상을 보여 주었다. 특히 이를 통한 핵무기의 다량 보유 및 확산은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1960년대 말부터는 이에 대한 반향으로 전쟁, 독재, 이데올로기를 반대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때에 대안적 철학으로 나타난 것이 공생을 강조하는 생태건축이다. 이는 문자 그대로 우주, 국가, 사회계층, 남녀노소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를 위하여 인간, 기술, 문화, 인공물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양극화 대신 자연처럼 모든 것이 조화하는 중도와 화합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공존의 이념과 생각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무장애도시이다. 가장 모범적 생태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보봉이나 리젤펠트 등의 생태단지를 갈 때마다 보는 것은 외부공간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어린이와 배려 받는 노약자와 장애인의 삶이다. 이것은 이곳에 노인, 어린이, 임산부, 여성을 배려한 물리적인 무장애 생태주거환경과 친인간적 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의 안녕이 보장되는 곳이다 보니 이 단지의 출산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현대적 무장애운동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사실 초기의 무장애 개념은 단지 장애인의 편의를 개선하는 것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사람을 위한 유니버셜디자인 개념으로 확대되었고, 모두가 좋은 정주환경에서 공존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무장애 정신은 사람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북한에게는 체재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극단적 양극화에만 빠져 있는 우리 정치권에게는 경종의 효과를 가지는 정치철학이 될 수가 있다. 이 외에도 이는 우리사회의 다문화 문제 해결과 복지 향상의 핵심적 실천사상으로도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무장애도시를 만드는 것에는 시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시민의 이해와 공감대가 없으면 성가심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장애로 건축물, 도시 시설 및 공간을 조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시민, 시민단체, 관, 언론,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연대를 형성하여 무장애도시를 건설하여야만 한다. 이뿐 아니라 생태건축처럼 무장애운동에는 지역의 특징도 가미해야만 한다.

진주의 경우 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공존하는 것을 추구하는 ‘형평운동’이 무장애정신과 닿아 있다. 또한 수려하고도 풍부한 자연 및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어 자연과 시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물리적 조건도 가지고 있다. 이에 진주시는 이미 무장애도시를 선포하였으며, 최근에는 조례 제정 및 추진위원회 등의 결성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 동안 이미 진행해 왔던 무장애 건축물 장려사업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인증기준 등의 제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우리 모두를 안녕하게 살게 할 행복한 진주무장애도시를 기대해 본다.

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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