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경남의 산업경제 전망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경남의 산업경제 전망
  • 경남일보
  • 승인 201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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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지역경제학회장)
미국이 지난 4년간 추진했던 극단적인 ‘돈 풀기 정책’(양적완화정책, QE:국채와 주택담보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달러를 푸는 정책)의 방향이 급선회하고 있다. 그 동안 3조2000억 달러를 풀었는데 내년 초부터 당장 푸는 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년 중반기쯤 돈 풀기도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가 많고 보면, 그간의 돈 풀기에서 ‘거둬들이기 정책’(양적완화축소정책, Tapering:달러 공급량을 점차 줄여 나가는 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은 세계 각국을 초저금리시대로 전개했다. EU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 아베정권은 내년까지 1년여 기간 동안 시중 통화량을 세 배로 늘리면서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도 위안화 발행을 계속 늘리고 있다. 돈 풀기와 금리 인하는 그 나라의 통화를 풀어 돈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전쟁 도구이자 수단이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추면 자국 상품의 수출단가가 싸져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금리 하향 안정화는 기업이나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여 경제주체 활동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통화량 증대와 금리인하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환율전쟁의 단기 효과도 제법 컸다. 미국의 정책변화 기저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고, EU 역시 금리인하로 재정위기 굴레를 벗어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일본경제도 호황으로의 국면전환이 엿보이는 점이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의 축소가 지속되거나 혹은 조만간 폐지된다면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게 된다. 긍정적으로는 달러라는 통화의 팽창억제가 달러부족을 야기하고 원-달러 환율을 올리게 되어 수출기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금번 미국의 정책변화가 경기성장세 반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수출주도국인 우리나라에게는 호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억제가 우리나라에서 자본(달러)유출을 가속시키고 국내 금리를 오르게 한다면 부채가 많은 가계, 기업, 정부 등을 압박하게 되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달러 팽창정책의 선회는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의 경제·산업 펀드멘털(기본골격)에 따라 영향 정도가 달리 나타나게 된다. 즉, 그것이 허약하면 자본유출이 심화되면서 곧바로 경기침체로 이어져 위기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튼튼하다면 오히려 주식시장을 회복시키고 자본유출을 차단하면서 긍정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행이 파이낸셜 타임즈 등 세계 유수기관에서는 우리 경제기반이 비교적 튼튼하다고 내다보고 있지만, 경제는 생물과도 같아서 많은 요소들에 의해 수시로 영향을 받게 되므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남으로서는 금번 양적완화축소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새해에는 경제성장률도 긍정적으로, 산업경제 부문에서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출경쟁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석유, 식량, 철강, 바이오원료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변동 폭은 있지만 안정 추세로서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 수입물가 등의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내구재와 부품소재 등은 글로벌 수요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직접시장인 미국과 유로존의 활기와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시장 또한 전망이 밝다.

특히 경남의 미래첨단 주력업종인 항공, 해양플랜트, 신에너지, 전지, 전력플랜트 및 석유화학 등은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계장비업, 가전, 건설 중장비, 수송기계류 등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무선기기와 반도체 설비, 조선산업 등은 내년에도 회복세가 더딜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내년도 도내 경제·산업 시황은 비교적 맑을 것으로 예상되나, 정교한 정책 펼침과 배려가 요망된다. 기업과 업종, 도민 가계마다 소득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미래전략 또한 요구된다. 불확실과 위험이 가중되고 국내외 경제환경은 더 급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기반확충, 시장개척과 투자유치 등에 전방위적 전략모색이 긴요하다. 또한, 도내 모든 경제주체는 치밀한 ‘세계 읽기’를 통해 경제의 혈맥을 짚어 주도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지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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