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로 건강생활을...
색채로 건강생활을...
  • 경남일보
  • 승인 201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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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현(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도시가 잿빛이다, 색이 사라져가고 있다. 회색화되는 도시 속에서 우리는 색의 감성을 잃어가고 있다. 추운 겨울에는 짧은 빛 때문에 어둠이 빨리 오고, 자연의 생명력이 떨어진다고 치자. 그리고 이것이 봄이나 여름보다도 훨씬 더 우울해지는 원인이라고 치자. 그러나 시골에 나가지 않고서 도시에서 봄과 여름의 색을 느끼기나 할까. 전혀 아니올시다. 한국 도시의 사계절은 이미 끝나버렸다. 색을 못보고 느끼지를 못하는데 어찌 형태와 질감과 공간구성과 거리감을 알겠는가. 이것은 시각 디자인의 기본원리이다.

잠시 음식의 색으로 건너가 보자. 자신의 눈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음식의 색이야말로 그때의 몸 상태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강조할 필요 없이 색채와 음식의 관련은 옛날부터 있어 왔다. 밥상의 밥, 국, 나물은 동양 전통의 오행색으로 구성되어 동양인의 몸을 보호해 왔다. 음행오행사상에서 얘기하는 우주만물의 다섯 가지 원소 중에서 색채는 오행을 음식의 기본으로 삼고 있었으며 실제로도 이 색은 우리의 삶 속에서 검증되고 있다.

빛과 색은 망막을 통하여 뇌의 중앙에 위치한 송과 선과 뇌하수체를 통제한다. 이곳은 우리 몸의 호르몬과 신경화학 물질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표현, 심장박동, 혈액순환, 동공의 움직임 등과 같은 반사적 기능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개인의 기분을 조절하는 작용도 이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빛과 색은 우리의 신체기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서 오행색의 철학과 과학을 말할 수 있다.

오행색은 검정, 파랑, 빨강, 노랑, 흰색이다. 검은 깨나 검은 콩은 신장에 좋은 것으로 동의보감에서도 처방하고 있다. 신장을 색으로 나타내면 검정이고, 계절로는 겨울이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신장이 활발하게 움직여 소변을 자주 보게 한다. 그러므로 검정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검정이라는 것은 신장 그 자체의 색이 아니라 앞서 말한 음양오행에서 언급한 검정을 뜻한다.

파랑색은 간장 기관에 영향을 주며 계절은 봄을 뜻한다. 술에 취하면 얼굴색이 파랗게 되는 사람과 파란 심줄을 보이며 화를 내는 사람, 이들 중에는 간장이 나쁜 사람이 많다고 동의보감에서도 진단한다. 봄에 나는 야채라든가 푸른 것(초록색)을 먹는 것이 좋다. 초록색을 보면 눈의 피로가 사라진다고 하는 것은 간장이 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빨강색은 심장과 관계가 있고 계절은 여름을 뜻한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나 얼굴빛이 빨갛게 변하는 사람들은 ‘심장이 약하다’라고 한의학에서는 진단한다. 그래서 당근이라든가 홍화 등을 먹으면 매우 좋다. 노랑색은 소화기의 색이다. 계절은 토용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계절과 계절 사이를 말하는 것이다. 계절이 변할 때는 ‘황색음식을 먹으면 좋다’라고 동의보감에 나와 있다. 피부색이 황색인 사람은 소화기가 약하다. 음식으로는 된장, 청국장, 호박과 같은 황색음식이 도움이 된다.

흰색은 가을의 계절이며, 호흡기관을 나타낸다. 사상의학에서는 얼굴색이 하얗고 가슴이 좁고 목이 길어 보이는 사람은 ‘호흡기가 약하다’라고 되어 있다. 노인 천식이 늘어나는 계절에는 무, 연근, 배즙, 등 속살이 흰 음식이 기침을 멈추는데 이용되어 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행색으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신체나 감정의 움직임, 색과 계절음식 등 다양한 연계성을 갖고 처방해 오고 있다. 채소류의 초록색, 당근의 빨강색, 청국장이나 호박의 노랑색, 무나 연근의 흰색 등 음식색채의 조화는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북돋우지만, 현대인들의 육체적 건강관리에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치료효과가 분명하다.

이와 같이 색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며 인간에게 적용되어 이로움을 준다. 실험을 통해서만 검증을 취하는 서구의학과 과학계의 이데올로기를 따를 필요는 없다. 생리·생물학적 검증을 거쳤는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수백 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일현(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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