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홀몸노인에게 안부라도 물어보자
이웃 홀몸노인에게 안부라도 물어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12.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재철 (진주시 대평면장·행정학 석사)
연말이 다가기 전에 한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만이라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년 엄동설한 속에 외롭고 쓸쓸히 지내고 있는 우리 이웃 홀몸노인들의 겨울 지내기가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분들에게 따뜻한 햇빛이라도 쬐여 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의 천사들’을 종종 보면서 감동을 받는다.

연말연시에 자선 구세군 냄비에 익명으로 수천 만원을 기탁했다는 얼굴 없는(익명) 기부자의 훈훈한 미담과 자신은 전셋집을 전전하면서도 노래공연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노래하는 천사’, 자신의 장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 천사’, 90살의 할머니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000만 원을 내놓고, 원폭 피해 보상금을 모아 모교에 6600만 원을 기부한 할머니 등을 비롯한 힘들게 사시는 많은 분들의 기부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감동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이러한 나눔이 있어도 노인들의 자살이 언론에 종종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은 심각한 문제다. 이미 한국은 부끄러운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률이 OECD 1위라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5%로 역시 OECD 1위다. 노인 자살률은 2008년 10만 명당 61.38명이던 것이 2010년에는 81.9명으로 크게 높아졌다. 경제력 상실과 가족해체가 겹치면서 빈곤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자살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노인 자살률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필자의 경험을 소개해 본다. 자살통계를 분석해 보니 빈곤과 고독이 원인이었다. 빈곤에 처해 있는 노인들에게 물질적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고독을 달래주는 것이다.

필자가 내동면에 근무하면서 홀몸노인과 직원 간 1대 1 결연 봉사활동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 취지는 홀몸노인이 사망 후 상당기간 지나서 발견되거나 고립생활에 따른 우울증 및 자살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거동불편 홀몸노인들의 사회적 접촉의 필요성에서 이 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노인관련 보건·복지서비스 연계활동을 통해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홀몸노인이 135명이었는데, 이중 30명은 노인돌보미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 외 105명중 가장 소외된 50명을 선정하여 직원 간 1:1 결연을 맺어 주 1회 이상 홀몸노인 집 방문 또는 전화로 노인의 건강점검과 생활실태 확인, 애로 및 욕구사항 파악, 말벗 되어주기를 실천하고, 좋은세상 협의회복지서비스와 관내 봉사단체, 로타리클럽 등과 연계하여 화장실 보수, 수도시설 수선, 싱크대 교체, 벽지교체, 쌀, 라면, 반찬 등의 지원으로 홀몸노인들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추진한 바 있다.

큰 효과는 아닐지라도 외롭고 쓸쓸하게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고립을 탈퇴시켜줌으로써 생활 활력소를 제공한 셈이고, 정성이 담긴 안부 한 통화가 큰 위로가 되어 어르신의 고독사(孤獨死) 예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홀몸노인은 누가 찾아만 와도 반가워한다. 실제 노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최소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말벗을 하고 나올 때 아쉬움을 달래는 노인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픈 적이 있었다. 어떤 노인은 야위워 보여 식사를 제대로 하시는지 물어보니 밥맛이 없다고 해서 다음날 라면 한 박스를 사 준 적도 있다. 홀몸노인들을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 분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홀몸노인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외롭고 쓸쓸하게 소외받고 사는 이웃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안부라도 물어 주었으면 한다. “요즘 건강하신지요! 진지는 잘 드셨습니까?”라도 말이다.
양재철 (진주시 대평면장·행정학 석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