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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숭어 키우고 굴 까며 웃음꽃 피는 마을[어촌마을에 가다] 하동군 금남면 중평마을
임명진  |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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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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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마을 앞 바다에 있는 참숭어 양식장. 전국 공급량의 90%가 하동에서 나온다.

 
 
무 생채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듬뿍 넣어 굴과 버무리면 가히 겨울철 별미. 제철 맞은 굴이 요즘 인기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의 한적한 어촌, 중평마을이다.

“오전 9시쯤에 참숭어를 출하하니깐 그때 시간 맞춰서 오이소. 재미있을 겁니다”

며칠 전 연락한 박동철(43) 어촌계장은 “아침마다 참숭어를 출하하니깐, 사진을 찍으려면 일찍 오는 게 좋다”며 시간 맞춰 얼른 오라고 한다.

진주에서 중평마을까지는 차로 40여 분 거리. 국도를 따라 가다 전어축제로 유명한 술상마을로 접어들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그렇게 5분이나 될까. 얼마 안 가 목적지인 중평항에 닿았다.

이번 여행의 출발점이다. 지방어항인 중평항은 아름다운 어항에 손꼽을 정도로 풍경이 빼어나다. 마을은 앞 바다에 크고 작은 섬, 뒤로는 금오산 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을 앞바다는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다.

잔잔한 파도가 햇볕에 넘실거리는 것이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 사이로 가두리 양식장이 길게 늘어서 있다. 참숭어 양식장인데, 하동의 특산물인 녹차 사료를 먹인 참숭어다.

하동은 전국의 90% 이상의 참숭어를 공급하는 최대산지. 격년제로 11월에 이 마을에서 하동녹차 참숭어 축제를 연다.

올해는 아쉽게도 적조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부분의 양식장이 피해를 봤으나 재해보험에 가입해 큰 피해는 면했다고 한다.

등대가 보이는 방파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살살 불어오는 찬 겨울바람을 맡고 나니 귓불이 빨개질 정도로 춥지만 상쾌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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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특산물인 참숭어 출하장면

마을 앞바다는 4개의 섬이 있다. 토끼섬(토도), 솔섬(송도), 나물섬(초도), 장구섬(악도)이라 부른다. 이 섬들은 마을 주민들이 자연산 석화(굴)을 채취하는 곳으로 썰물에는 한번에 80여 명의 주민들이 뗏목을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이중 장구섬은 무인도로 2005년 학술적 가치가 높은 다양한 화석이 대거 발견된 곳이다.

특히 원시악어의 머리뼈 화석은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우리나라에서 중생대 악어가 서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천연기념물 제477호로 지정됐다.

아쉽게도 장구섬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다. 한 달에 8일 정도 섬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 이날은 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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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중평마을은 굴막이라 부르는 굴 까는 비닐하우스 수십여 채가 마을 곳곳에 들어선다. 사진은 굴 까기에 여념이 없는 마을 주민들.

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너평 남짓의 작은 비닐하우스 50여개가 줄지어 서 있다. ‘굴막’이라고 부르는 굴을 까는 장소다.

한 굴막의 문을 여니 바쁜 손길로 굴을 까는 주민들이 보인다. 한 켠에는 듬직한 손난로가 공간을 차지하고 그 옆에는 깐 굴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겨울에는 모두 굴을 까느라 정신이 없어요. 김장철이라 수요가 많아지면서 돈벌이가 쏠쏠하거든요. 여기 굴이 얼마나 맛있는 데요”

분주히 굴을 까던 박경화(40)씨가 반가운 표정으로 말문을 연다.

여기 굴은 자연산인데다 향이 진해 김장철이 되면 인기란다. 숙련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30~40kg은 너끈히 깐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은 인터넷 택배로도 판매하기도 한단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굴 까기에 동참했다. 알고 보니 모두 한 가족이다. 정복영(76)어르신을 필두로 얼마 전 귀향했다는 첫째 아들 정욱진(49)씨. 둘째 정민우(42), 박경화(40)씨 내외다.

정상달 할머니는 마침 진교에 열린 5일장에 가느라 자리에 없었다. 아직은 서툰 솜씨로 열심히 굴을 까던 큰 아들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향을 했는데, 노력한 만큼 대가가 있으니깐 맘이 편해요. 동생이 많이 도와줘서 좋다”고 했다.

얼마 전 다리를 다쳐 수술을 했다는 둘째, 정민우(40)씨는 “이 마을 사람들은 여름엔 농사짓고, 바다에 나가고, 겨울에는 이렇게 굴을 까느라 쉴틈이 없다”고 했다.

어느새 작은 작업공간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묵묵히 굴을 까던 정복영(76)어르신은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야. 애들과 함께 하니깐 재미있다”면서도 굴 까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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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보호수

마을 깊숙이 들어가니 큰 정자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박동철 어촌계장은 “출향인들을 위해 정자나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렇게 반응이 좋을 수가 없었다”며 “자신도 어릴 적 이 정자나무에서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을 안쪽 새로 지은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살기 좋은 마을이라 입소문이 났는지 외지인들이 들어와 지은 집이다. 마침 지나가는 차에 손 인사를 건네는 박 계장.

외지인들이라도 마을 일에도 잘 협조하고 이웃들과 살갑게 지내려고 노력해 사이가 좋단다. 조금 더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면 이 마을 출신인 충의공, 정기룡 장군의 사당이 있다고 한다.

시간 때문에 거기까지 올라가지 못해 아쉬웠다. 마을을 떠나는 시각, 다시 마을을 눈으로 담았다. 아름다운 방파제, 잔잔한 파도, 순박한 인심, 3박자를 갖춘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물이 빠지기 시작해 처음 올 때 보이지 않던 갯벌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래도 아쉽지 않다. 방파제 길도 따라 걸어보고, 맛있는 물메기 맛도 보았으니 더 무얼 바라겠는가. 더구나 거리도 가까워 지나가다 언제든 들를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을 갯벌 체험장 조성 추진”
박동철 중평어촌계장
 
38살의 젊은 나이에 어촌계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었다. 360여 명의 주민에, 어촌계원만 126명. 하동에서도 큰 어촌에 속하는 중평마을에, 박동철 어촌계장은 4년간의 임기를 다 채운 뒤 연임을 하고 있다. “잘 하고 있으니 더 하라”고 주민들이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5년째 어촌계장을 맡고 보니 나이도 어느새 43세가 됐다. 박 계장은 지금 마을 관광화 조성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마을 앞에 썰물이 되면 물이 빠져서 갯벌이 나오는데 그게 참 좋아요. 마을 위에는 하동청소년수련장이 있어 숙박시설도 되고, 그래서 사업을 추진 중인데 쉽지는 않네요”

마을 소득 확대를 위해 관광사업은 새로운 사업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게 박 계장의 판단이다.

특히 여느 마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갯벌이 주는 매력은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 찾는 이가 많단다.

박 계장은 “조성 중인 해안도로가 전면 개통되면 사업 추진에 힘이 될 것 같다”면서 “남은 임기동안 마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마을 갯벌체험장 조성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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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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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마을 앞 바다는 썰물이 되면 드넓은 갯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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