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표범과 반달곰에게서 느끼는 소회
마지막 표범과 반달곰에게서 느끼는 소회
  • 최창민
  • 승인 201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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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경제문화체육부장)
한국 토종 표범은 1962년 합천 오도산에서 마지막으로 생포됐다. 묘산면 가야마을에 살던 황모씨는 밤만 되면 가축이 죽어나가자 표범의 소행으로 믿고 올무를 설치해 1년생 표범을 생포했다. 이 표범은 창경원으로 보내져 11년을 더 살다가 죽었다. 평균수명이 25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청년기에 죽은 것이다.

창경원에서는 ‘한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모양이다. 범상치 않은 위용에 주변 작은 동물들은 오금을 펴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꼬리부분이 괴사하면서 큰 병으로 번졌고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어 죽게 됐다고 한다. 관리 부실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어찌됐건 이 표범은 12살의 나이로 죽어 남한지역에서의 마지막 한국토종표범으로 기록됐다. 이후에 합천호 주변에서 표범의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려 왔으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랑이의 마지막은 이보다 더 앞선다. 1924년 덕유산에서 사살된 것이 마지막 호랑이로 기록 된 이후 공식적으로 남한 땅에서 목격됐다는 기록은 없다. 현재 남한지역 야생의 최고 포식자는 표범도 호랑이도 삵도 아닌 몸길이 35~60㎝에 불과한 담비로 알려져 있다.

알려진대로 과거 한반도는 표범과 호랑이의 천국이었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으며 삼림이 울창해 표범과 호랑이 등 맹수들의 서식지로 최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를 전후로 이들은 명멸의 길을 걷는다. 공식기록으로는 표범이 1000여마리, 호랑이가 100여마리가 사살되거나 포획돼 일본으로 반출됐다. 비공식적으로는 적어도 표범 2000여마리 호랑이 500여마리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이렇게 많은 표범과 호랑이가 포획되거나 사살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해수구제의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질 나쁜 야심이 있었다. 일본에 없는 호랑이가 신기하게 보였을 뿐 아니라 경외심까지 느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표범 호랑이 등 맹수들을 깡그리 없애야만 조선의 기운을 꺾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호랑이에게서 느껴지는 포스와 기운은 그들을 주눅 들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리라.

얼마 전 1960년 포수들이 잡은 표범 한마리가 본지를 통해 공개됐다. 합천 오도산에서 마지막 표범이 생포되기 2년 전 진양(현 진주) 미천과 의령 대의, 합천 삼가 경계인 방아재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사람들이 호환을 입는 등 방아재를 넘기가 어렵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경찰로서도 머리를 싸맸던 모양이다. 결국 손쉬운 방법은 사살이었던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두 표범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있다. 1960년 삼가, 대의, 미천의 경계인 방아재에서 포수들에게 잡힌 표범 이후 1962년 생후 1년짜리 마지막 표범이 합천 오도산에서 잡혔으니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역이 합천과 의령인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 지역에 2개체 이상의 전혀 다른 표범개체가 서식했음을 미뤄 짐작할 수는 있다. 개체 생존능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다. 50여년 전의 일을 지금의 관점에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일제의 야만적 살육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 남은 표범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가 저지르고 정부까지 나서 이들 동물들을 잡아 없앤 격이 됐으니 말이다.

남한 땅에서 이미 사라졌던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 복원되고 있다. 현재는 30여마리까지 늘어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식에 따르면 이 중 11마리는 11월 말에 이미 겨울잠에 들었고 나머지도 동면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등산객에게 이들의 안전한 동면을 위해서 비탐방로로 가거나 “야호∼” 등 고성방가를 삼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2013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 1960년대 초 사라진 마지막 한국표범과 현재 나름대로 보호와 대우를 받으며 복원되고 있는 반달가슴곰의 처지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최창민 (경제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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