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능력개발평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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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몇 년 전부터 시행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관료들이 대학에서 교육학자들의 이론이나 또는 그들의 방향에 부합하는 여러 가지 교육적 이론을 끌어와서 교육의 성과를 ‘평가의 패러다임’에서 측정하고자 만들어낸 제도다. 그리고 학교현장에 이것을 적용하면서 세계적 추세, 시대적 요구라는 등의 말로 감히 저항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평가는 이제 거의 정착된 제도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평가의 패러다임’이 교육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일부 동의한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항목 중 학생평가, 학부모평가는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또 그 평가의 결과를 토대로 각 교사들은 스스로의 교육행위를 교정,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항목 중 ‘동료평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가 어렵다. 교사로서 우리 모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대해 언제나 엄숙하고 냉정하게 고민하며 매일 교육현장에 선다.

그런 우리에게 동료교사를 몇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라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일이다. 그 기준이라는 것도 ‘열의’, ‘개선’, ‘소통’, ‘원만’ 등 매우 모호한 개념의 용어들이 많다. 심지어 특정수업을 참관하고 그 수업의 ‘도달도’에 대한 것도 평가항목에 있다. 교육과정에 의해 일 년 혹은 한 학기 단위로 편재된 특정 교과수업 중 단 몇 시간의 수업을 참관해 보고 그 수업의 학생 ‘도달도’를 운운하는 것은 거의 신적인 능력을 각 교사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을 각 수업별 ‘도달도’로 낮춰서 받아들인다 해도 이것은 교사마다 그 수업과 과목에 엄청난 능력을 가져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동교과군의 교사들이 동료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습지도에 대한 평가는 최소한의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생활지도에 대한 동료평가는 더욱더 그 기준이 애매하고 자의적이 될 가능성이 많다. 역시 그 기준(학교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을 보면 ‘학생의 수준에 맞는 기본 생활습관을 지도하는가?’, ‘존중, 배려의 태도를 갖도록 지도하는가?’ 등의 질문이 있다. 포괄적이며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상대 교사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동시에 매순간 점검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교사의 임무는 학생지도이지 동료교사의 관찰이 아니다.

교육행위는 매우 복잡한 얼개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그 변인들도 매우 많은 인간행위이다. 따라서 즉흥적인 정책이나 시대조류에 편승한 정책은 교육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지금의 ‘평가 패러다임’이 거시적 안목에 의해 교육정책으로 입안되었다면 그 적용과 적용에 따르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수정 보완해야만 한다. 특히 동료평가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문제로서 현장의 교사들에게 자칫 열패감을 주거나 또는 불필요한 견제나 통제의 도구로 변질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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