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세계타악축제 시민이 결정하자
사천세계타악축제 시민이 결정하자
  • 이웅재
  • 승인 201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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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사천시의 문화정책이 위경에 처했다. 지역의 대표축제로 지난 2006년부터 육성해온 사천세계타악축제가 무산될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0일 본회의에서 사천세계타악축제 예산 6억원 중 시비 4억7000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시비를 확보하지 않고 도비 지원을 신청할 수 없는 일, “예산 없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사천시와 사천문화재단이 축제 준비에 손 놓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시의회 총무위원회는 세계타악축제 시 지원예산 전액삭감을 결정하면서 ‘2012년 타악축제 기부금 모집’과 ‘사천문화재단 이사장 등 고발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매년 축제 방향성과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지역의 대표축제 미흡한 점 고쳐 가며 육성해야 한다’, ‘없애는 것이 능사냐 대안부터 제시하라’, ‘어려운 지역경제 더 위축되면 어쩌나’, ‘큰 변화 없이 답습하는 축제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등 다양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 문화예술계의 시각은 시의회가 과도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국가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된 삼천포12차 농악을 소재로 한 사천세계타악축제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보다는 초기행사 진행의 미숙으로 발생한 지엽적인 문제를 확대 해석했다는 것. 지역문화예술인들은 “세계타악축제 전부가 잘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축제를 없앨 정도로 문제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작은 허물을 확대해석’하는 침소봉대의 우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우리가 안한다고 타악축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충남 금산군이 인삼축제와 연계해 연 2011년 전국타악기축제와 2013년 전국타악경연대회를 사례로 들며 타 지자체의 유사축제 개최 가능성을 경고했다.

사천세계타악축제의 올해 개최 여부는 현재진행형이다.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3월 전까지 여지가 있다는 것. 사천문화재단이 시의원 개개인을 설득하고, 의회도 1월 중순 간담회를 가질 것이란 소리가 들려 온다. 낙관할 수는 없지만 2월 초 임시회에서 긍적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리는 문화를 행복한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물질적 충족이 미치지 못하는 인간행복의 완성이 문화에 달려 있다는 것. 특히 조상대대로 전승되어온 전통문화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전통문화는 축제로 재현돼 해당 지역민의 관심과 노력에 따라 번성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농경사회에 바탕을 둔 우리 조상들은 공동체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꽹과리, 북, 징, 장구, 피리 등 다양한 악기에 노래와 춤, 곡예를 곁들인 종합 공연문화를 정착시켰는데 풍물놀이(농악)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농악을 세계무대에 알린 사물놀이는 사천시 남양동 출신 최종실 교수와 김덕수·김용배·이광수 선생 등 4명이 꽹과리, 징, 북, 장구 등 네가지 악기로 짠 농악놀이다.

최종실 교수는 지난 2005년 ‘타악기를 연주하는 세계인의 무대를 고향 사천에서 열겠다’는 각오로 세계타악축제를 기획, 경남도와 사천시의 승인을 받아 이듬해 8월 제1회 사천세계타악축제를 열었다. 신생축제에 2억원의 예산을 배정해준 김종진 문화관광국장과 박동식 도의원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사천세계타악축제의 바탕에는 국가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된 삼천포 12차 농악이 깔려 있다. 사천세계타악축제는 신종플루가 성행한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되면서 지역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해 오면서 헤게모니(주도권) 갈등으로 최초 기획자 최종실 교수가 중도 하차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개최 자체를 문제시한 적은 없었다.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천시의회의 세계타악축제 예산삭감의 효력이 발생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전통문화인 삼천포12차 농악을 소재로 한 사천세계타악축제를 어떤 그릇에 담을지 시민들이 결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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