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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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로 부터 폐를 보호하는 굴(Ⅱ)
굴은 향미가 좋고 비린내가 없으며, 특히 조직이 부드러워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모두에 좋은 식품이다. 설령 치아가 좋지 않아도 먹기에 좋고 소화도 잘 되는 건강식품이다. 그래서 인지 굴에 대한 속담도 많다. 음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우거나 어떤 일을 순식간에 해치울 때를 빗대어 ‘남양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 고 하는데, 왜 하필이면 남양(南陽)일까? 남양은 경기도 화성군에 바다와 밀접해 있는 곳이다. 예부터 이곳에는 소위 석화(石花)라고 하는 자연산 굴이 많이 생산되었다. 그런데 굴이 어찌나 맛이 좋았던지 부임해 오는 원님들 마다 석화를 먹을 때 씹지도 않고 훌훌 들이마셨던 모양이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언청이 굴회 마시듯’이란 속담도 있다.

굴은 아연, 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군, EPA, DHA 등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기 때문에 ‘바다의 우유’라고 하는데, 이에 못지않게 굴의 집(패각) 또한 기막히게 잘 지어져 있다. 굴의 집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몸에 비해 약 10배 이상의 큰 집을 짓는다. 집의 외형은 울퉁불퉁하게 볼품이 없지만, 집 내부는 자기 몸에 상처 하나 나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다. 건축학을 배우지도 않은 굴이 어째서 그렇게 정교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 원리는 이렇다. 굴은 외투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외투막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콘기오린)이 칼슘 및 중탄산이온과 합체(合體)하여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바뀌어 막표면을 덮게 되는데, 이때 점액으로부터 탄산칼슘이 쌓이게(沈錯)되어 패각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패각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이 약 95%이고 나머지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패각 내부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패류마다 아름다운 색을 띄고 있는데, 이것은 탄산칼슘 중에 함유돼 있는 미량금속에 의해 좌우된다. 아무튼 패류는 뛰어난 건축사인바,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의 붕괴를 보면서 빨리 와서 나한테 한 수 배우고 가라고 종용하고 있지 않을까?

굴의 기능성 중에는 심혈관, 즉 동맥경화에 이롭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질병이 무서운 것은 동맥경화가 심화되면 협심증, 심근경색, 뇌혈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증세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굴에는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난 타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굴 100g 중 400~1000mg이나 함유돼 있기 때문에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추어 주고, 심장병의 부정맥이나 혈압을 정상화시킨다. 굴의 타우린이 심장병에 어느 정도 효능이 있는가 하면, 혈관확장제로 쓰이는 협심증 예방약인 ‘니트로글리세린’ 대신에 생굴을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을 정도로 좋다.

타우린의 또 다른 기능은 공해에 의한 폐 손상을 막아준다. 요즈음 뉴스를 보면 시도 때도 없이 오존주의보, 미세먼지 주의보, 황사주의보 등의 공해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은 제일먼저 폐를 손상시킨다. 폐 손상은 환경오염 물질 중 산화성 성분인 오존이나 아질산 가스라는 고약한 놈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강력한 산화제로 우리 몸의 기도를 따라 체내로 흡입되면 기관지 부종과 비대증을 유발하게 된다. 또 세포를 더욱 심하게 파괴하여 기관지와 폐에 염증 반응을 증폭시켜 폐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타우린이라는 친구가 있으면 유해산소의 생성을 억제시켜 폐를 보호하게 된다. 이외에도 타우린은 척추동물의 뇌에서 신경 조절작용을 원활하게 하고, 삼투압 조절을 활성화시킨다.

또 굴에는 글리코겐이라는 성분이 많은데, 이것을 많이 먹게 되면 췌장에 부담을 주어 당뇨를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굴에 함유된 글리코겐은 췌장에 부담이 적고, 체내의 글리코겐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미량원소 중 셀레늄이라는 물질에 의해 발암물질로부터 세포나 세포막을 보호하고, 납, 카드뮴 및 수은 등의 중금속에 의한 독성을 감소시킨다. 굴에는 셀레늄이 약 44μg/100g으로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에 비해 11~44배나 많아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꿀(굴)좀 보소'
16일 전남 신안군 압해면 복룡마을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해변에서 굴을 캐느라 여념이 없다. 신안에서 나는 자연산 굴은 크기는 작지만 맛이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입에 착 감겨 이곳 주민들은 ‘꿀’이라고도 부른다. 18~19일에는 ‘천사섬 신안 굴, 천사의 입맛을 사로잡다’를 주제로 굴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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