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잃는 것은 지나친 자아의식 때문
자기를 잃는 것은 지나친 자아의식 때문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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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세상 일이란 노력한다고 모두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성과가 온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어떤 목표를 세워 놓고 그리로 향하여 전심전력을 하다보면, 대부분 목표에 조금씩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모두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상태와 깊은 관계가 있는 일 가운데는 의식적 노력이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올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즉 목표를 위해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도리어 멀어지는 역설적 현상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말을 자연스럽게 잘하던 사람도 여러 사람 앞에서 특별히 잘하려고 노력을 하면 도리어 말이 잘 풀리지 않아서 고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운동 경기에서도 승리에 대한 집념과 투지가 없으면 상대를 꺾기가 어렵고, 그 승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정신이 해이해 긴장이 아주 풀려서도 물론 좋은 경기를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승리에 대한 욕심이나 집착이 앞서서 지나치게 긴장을 해서도 안 된다. 운동선수라고 한다면 오직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할 때 승리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들 중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 자랑을 하는 이도 있고, 또한 어떤 사람은 말을 보태서까지 자기 자랑을 하기에 바쁘다. 자기가 훌륭한 인물이라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자연스러운 심리에서 그렇게 하는 것일지는 모르나 대개는 역효과를 부른다.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을 남들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인격이라는 것은 자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어서, 스스로 자기의 인격을 자랑하는 순간 그의 인격은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의식을 가진 존재의 본능적 특성이며, 자기를 존중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덕성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기를 의식하고 자기를 지키는 일에만 열중하면 결과는 도리어 자기를 위해서 좋지 않은 결말에 이르고 만다는 뜻이다. 타고난 천성 또는 수양의 결과로서 항상 남을 위하는 가운데 자기희생은 돌보지 않는 사람들도 자기에 대한 사랑의 심정이야 어찌 없을까마는 다만 타인과 사회를 위한 일에 몰두하기에 바빠서 자기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을 뿐이다.

어쩌면 그러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고 위하는 까닭에 도리어 자기중심적인 사람들보다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한다. 사랑에도 좋고 나쁨이 있을지 모르나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받는 사랑이 별 볼일 없을지라도, 남이 나에게 주는 사랑은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그렇다고 남의 사랑의 귀함을 의식하고 계산적인 처신을 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좋은 건지 주변을 돌아보면 자기를 초월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자아를 실현하고는 있지만, 가장 좋은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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