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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세계 '무진장'…설국으로 빠져들다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88>장안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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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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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산은 제주의 오름처럼 완만한 경사를 보이는 구간이 있다.
가을에는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눈의 고장 장수, 거기 장안산이 있다. 요맘때 겨울 장안산은 설국이다. 산의 높이가 1200m급으로 산 아래에는 맑은 날씨였으나 정상 주변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시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갓 피어나는 상고대를 목격하는 행운을 얻었다.

남쪽지방에서 보기 드문 눈 세상을 상상해 보자. 만년설처럼 쌓인 눈길, 몽환적인 안개 속, 머리 위 숲에 핀 상고대, 그리 차갑지 않은 눈발이 날려 목덜미를 파고드는 짜릿함, 설국 산행은 꿈인 듯 생시인 듯 산행객을 황홀경에 빠져들게 했다. 이 모두가 어우러진 눈꽃의 터널이 30여분 동안 이어진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무룡고개에서 정상까지 오름길에서는 수목이 별로 없는 민둥산이었는데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어 그야말로 눈 내린 제주의 ‘오름’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이 오름처럼 생긴 둥근 산은 가을에는 억새 지천, 은빛이 장관을 이룬다고.

장안산이 위치한 장수군과 무주 진안은 제주와 강원도 등 국내에서 가장 눈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겨울 내내 온 산이 눈을 이고 있으며 3월말이 돼서야 눈이 자취를 감춘다.

전북 무주 진안 장수를 합쳐서 무진장이라고 한다. 무진장선거구, 무진장버스, 무진장소방서가 있다. 무진장은 엄청나게 많다는 뜻인데 이와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장안산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계남면·번암면 경계에 있는 산. 높이 1237m. 백두대간은 장안산 바로 옆 영취산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분기한 뒤 주화산까지 연결된다. 주화산에서 갈라진 한줄기는 북서쪽에 대둔산 계룡산으로 가는 금남정맥, 남쪽으로 내장산 무등산 호남정맥이다. 산 이름은 계남면 ‘장안리’에서 왔고, 동쪽에 백운산(1279m), 서쪽에 팔공산(1151m)이 있다. 동남쪽의 물줄기는 백운천 섬진강∼남해로 흐르며, 북쪽 물줄기는 금강에 합류해 서해로 간다.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산행코스는 무룡고개→팔각정(반환)→괴목고개→제1전망대→억새밭→제2전망대→수평나무계단→경사 큰 두번째 나무계단→세번째 나무계단 →제3전망대→정상(상봉)→중봉 →하봉 →당동갈림길→ 덕천고개 →범연동 산행종료. 무룡고개→장안산 3km→범연동까지 5.5km, 총 8.5km에 휴식시간 포함 5시간 소요.

▲오전 9시, 들머리 무룡고개의 넓은 주차장에서 굽은 도로를 따라 오르면 왼쪽에 동동주와 파전을 파는 벽계 쉼터가 있다. 겨울철 개점휴업상태다. 도로의 먼당 끝에 터널이 있고 왼쪽은 영취산 방향, 터널 못 미쳐 오른쪽에 장안산으로 가는 산길이 열려 있다. 이곳이 무룡고개∼장안산∼범연동까지 이어지는 일관산행코스의 들머리가 된다.

채 5분이 안돼서 능선에 선다. 이어 팔각정과 장안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팔각정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에 서면 뒤로 가깝게 영취산 정상부가 보이고, 오른쪽 멀리 덕유산의 웅혼한 실루엣이 구름 위에 얼굴을 빼꼼이 보여준다. 팔각정에서 더 진행하는 등산로는 없기 때문에 되돌아와야 한다. 섣불리 내려서면 한 골짝으로 떨어져 주의해야한다. 출발 30여분 만에 오름길이 진정되는 지점, 공원벤치가 있는 쉼터를 만난다. 괴목마을로 가는 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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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와 눈길사이를 헤치고 가는 모습.

이곳에서부터 유난히 눈이 많은 산임을 실감하게 된다. 무주 진안 장수지역은 제주와 강원도 울릉도 등과 함께 국내에서 눈이 많기로 소문난 지역이다. 등산로 밖에는 무릎까지 빠진다. 산죽이 눈 폭탄을 맞고 쓰러져 그 밑에 빨치산 비트같은 모습을 하고있다.

이 산은 완만한 오름길이 매력인 산이다. 등로의 능선은 뱀의 허리처럼 굽은 채 완만하게 고도를 높인다. 실제 출발지인 무룡고개의 고도가 860m로 아주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정상까지 3km구간에 고도를 380m정도만 올리면 되기 때문에 완만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다녀온 진안 구봉산의 경우, 8봉 아래 고도 700m지점 돈내미재에서 구봉산 정상 1000m까지 고도 300m를 끌어올리는데 거리가 불과 500m였으니 이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정상까지 전망대가 3개, 나무계단 3개가 설치돼 있어 산행의 기준을 삼으면 된다.

첫 번째 전망대에 서면 사방의 시야가 트인다. 근거리 작은 동산에서부터 멀리 더 멀리 덕유산의 산그리메가 유장하다. 이때부터는 수목이 거의 없는 민둥산이 펼쳐진다. 마치 제주의 오름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이 겨울이 다 지나도록 눈이 녹을 일은 없어 보인다.

두번째 전망대를 통과한 뒤 바위 밑을 지나는 첫번째 수평계단이 나오고, 오름같은 작은 동산 2∼3개를 지나 안부로 내려서면 경사가 큰 두번째 나무계단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이 이 산에서 가장 큰 비알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른 계단의 끝에 세번째 전망대가 있다. 돌아서면 지나왔던 방향에 안개사이로 힐끗힐끗 무룡고개, 영취산이 보인다. 안개 때문에 전망은 좋지 않아도 맑은 날이면 남쪽에 지리산까지 조망된다. 북쪽의 남덕유, 서쪽의 팔공산(장수)이다.

오전 10시 27분 장안산 정상에 닿는다. ‘범연동 밀목재 9.3km, 지소골 2.7km’를 안내하는 이정표와 산불감시시설인 철탑이 서 있다. 앞마당처럼 넓은 공터는 등산객이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장안산 영취산 백운산까지 연결하는 17km 구간을 1박으로 나눠 산행하기도 한다.

정상에선 세방향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금남·호남정맥 범골봉을 넘어 9.5km 지점의 밀목재를 지나 주화산으로 내달린다. 왼쪽 방향은 중봉 하봉을 거쳐 범연동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하산 길로 택한 범연동 방향 하봉까지 등산로가 이 산 최고의 꿈의 길이다. 약 30여분이 소요되는데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어도 하봉까지 고도가 거의 비슷해 힘들이지 않고 상고대와 눈길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 눈 속에 가끔 발이 푹푹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스패츠와 아이젠의 도움으로 심설산행의 진미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오전 11시를 넘어 하봉을 지나고 어치재에서 갈림길이 있다. 휴식과 점심을 겸한 뒤 직진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선다. 이때부터 능선은 오른쪽으로 크게 틀었다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 범연동 방향으로 이어진다. 정상에서 범연동까지는 5.5km거리로 다소 지루한 감이 든다. 정상의 철탑 산불감시시설이 있어 뒤돌아보면서 현재 지나는 위치를 가늠해 볼수 있다.

일부 구간에는 경사가 큰 눈길이 있다. 앞선 산우들의 눈길에서 미끄럼 타는 비명이 몇 차례 들리고…. 오른쪽 아래는 덕산계곡이 위치하고 있다. 이후 1시간30분을 더 걸어 범연동 가는 길목 742번 군도에 닿으면 산행이 종료 된다.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켰다.

한번에 주행하는 일관산행으로 원점회귀가 쉽지 않아 택시를 이용해 되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장수콜’ 기사는 택시비 3만원을 요구한다.

날머리서 멀지 않은 장수읍 두산리 남산공원에 주논개 생가지가 있다. 그의 생가지는 대곡저수지를 만들면서 마을이 수몰되자 저수지 근처에 옮겼다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복원해 현재 위치에 옮겼다. 생가지에 논개동상은 있으나 정작 논개의 묘는 없다. 그의 묘는 대전∼통영고속도로 건너 함양 서상 방지마을에 있는데 그런 사연이 기구하다.

논개는 1574년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임란 때인 1593년 6월 29일 남편 최경회가 진주성이 함락되자 남강에 투신한다. 이에 논개도 일주일 뒤인 익월 7일 남강 의암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한다. 이때 지역의 의병들이 시신을 수습해 고향에 모실 것을 주장했으나 가문에서 기생 신분임을 들어 허락지 않아 관철되지 못하고 결국 함양 서상에 묻힌 것이다. 그동안 행방이 명확하지 않았으나 최근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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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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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산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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