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명절에 이상기후의 징후를 느끼며
따뜻한 명절에 이상기후의 징후를 느끼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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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올 설에는 유난히 따뜻한 날이 계속되었다. 따뜻한 날씨가 고향을 찾아가거나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예년 같지 않은 따뜻함이 낯설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설 연휴기간 동안에는 봄날 같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오히려 입춘이 지나면서부터는 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더니 요 며칠 동안에는 동해안 지방에 폭설이 내려 1m 이상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다 한다. 이러한 변화들을 보면서 날씨가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이 든다. 정연한 순서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는 것이 아니라 겨울인가 하면 봄이었다가 여름 한가운데에서 가을을 마주치게 되는 식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남미에서도,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도 한파와 폭염, 폭설이나 폭우 피해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에 의해 피폐해진 지구가 이상기후라는 형태로 우리 인간들에게 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경고하고, 지속가능한 지구 발전을 제안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늘 그렇듯이 경고를 들을 때는 걱정하다가 일상에 묻혀 잊고 지나가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잠깐 놀라다가 잊기에는 그 징후들이 더 잦게 나타나고 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요 몇 년 동안 지구촌 각지에서 들려오는 이상기후의 사례들은 이제 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상기후의 원인이 화석연료의 과다한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한 대안이 ‘핵에너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핵연료의 위험은 더욱 직접적이다. 이상기후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고 순간적인 치명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핵을 사용하다가 자칫 사고가 난다면 그 영향은 대단히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핵에너지의 사용은 그 대안이 되기 어렵다.

피부로 다가온 이상기후의 징후를 보면서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일이 참 힘겹게 느껴진다. 먹을거리도 불안하고, 기후도 불안하고, 심지어 정치상황마저 불안하니 살아간다는 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우스갯소리처럼 “오염이 되었든 말았든 시장에 나온 것 사 먹고, 기후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으니 기후변화를 견디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수밖에 없지”라는 말을 하긴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징후들을 쉽게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땅의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진행된 땅의 오염과 기후의 변화를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이제 와서 우리가 화석연료의 배출로 인한 온실가스를 극도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진행이 시작된 기후변화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러한 징후들을 마음에 새기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해나가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의 지구는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대응의 첫걸음은 이 지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징후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의 우리가 갖가지 문제에 대처하는 모습들을 보면 웬만한 소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작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웬만한 큰 소리에도 놀라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력한 태풍에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도, 밀양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도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작은 징후, 작은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에 대한 응답을 해야 할 때이다. 작은 실천이라 할지라도.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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