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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에 그려넣은 13층석탑 '별에서 온 그대'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91>도덕산·자옥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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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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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사지13층석탑과 뒷편 도덕산의 조화로운 어울림이 돋보인다.
도덕산(道德山)은 이름이 주는 느낌처럼 부드럽고 덕스럽게 생겼다. 능선이 그리는 산그리메가 고스락까지 부드럽게 올랐다가 내려선 뒤 다시 부드럽게 고도를 높인다. 흔한 바위나 비럭 하나 없이 두루뭉술 이어지는 한국의 전형적인 토종 민둥산이다.

그러나 덕스러움과 부드러움을 빼면 이 산에 점수를 줄만한 포인트가 별로 없다. ‘산이 산일 뿐이지 별소릴 다 한다’할지 모르겠으나 실상 그렇다.

이런 도덕산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것이 ‘정혜사지 13층석탑’이다. 결코 흔치 않은 통일신라시대 석탑 하나가 도덕산의 허전함을 절묘하게 커버하고 있다.

이 탑은 참 특별하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없는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외국의 문화재자료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정반대로 최신 유행의 첨단 디자인전에서 본 듯한 느낌도 든다. 참 오묘하고 기이한 석탑이다.

이 탑의 가장 큰 특징은 13층의 초고층이라는 것과 탑의 크기가 유독 1층만 크고 2층부터는 급격하게 작아진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3층 5층 9층석탑이 대부분이었고 각층의 비례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 탑은 이런 추세를 무시한 파격을 보여준다.

이렇게 된 데에는 통일신라 후기부터 3층석탑의 전형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이런 것들을 부정이라도 하듯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버렸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우주공간으로 치면 유랑자 혜성이나 유성 같은 존재쯤 될까. 어느 뿌리에서 온 것인지 또 훗날 어느 유형의 탑으로 귀결되는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별똥같은 탑이다. 1960년 국보 제40호로 지정됐다. 한 예술가는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조성에도 불구하고 안정감 있는 구성과 비례는 어설픈 아류가 아닌 매혹적인 변형으로 느껴진다”고 감탄했다.

이제, 뒤편의 도덕산을 배경삼아 13층석탑을 배치해 보면 도덕산의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합천 영암사지의 쌍사자석등과 모산재의 어울림에 버금간다 할 것이다.

▲도덕산은 경주시 안강읍과 영천시 고경면 경계에 있다. 높이 702m, 두덕산이라고도 한다. 남쪽에 있는 자옥산과 동시에 산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른쪽에 봉좌산, 동쪽에 어래산이 위치하고 있다. 산세는 두루뭉술 평범하지만 전망이 좋아 정상에 서면 아스라이 동해가 보인다. 산 중턱에 도덕암이 있고 산 아래에 조선 회재 이언적이 낙향해 살았던 독락당(보물 제413호)이 있다. 앞서 언급한 정혜사지13층석탑(국보 제40호), 옥산서원(사적 제154호)도 볼거리다.

▲산행은 독락당주차장→정혜사지13층석탑→공터(주차장)→도덕암→능선 갈림길→도덕산정상(반환)→정혜사지13층석탑·오배마을 갈림길 안부→자옥산→산장식당→독락당 주차장으로 회귀한다.

▲도내에서 경주 도덕산을 가려면 승용차로 2시간 30분∼3시간을 달려야한다. 회재 이언적(1492-1553)의 독락당 앞 주차장이 이번 산행의 기준점이다.

오전 9시 44분, 명품고택 독락당에 닿는다. 회재가 조정의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해 지은 사랑채다. 조선 1516년에 세웠으며 옥산정사라고도 부른다. 낮은 단 위에 세운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온돌방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옆쪽 담장에 살창이 나 있는데 대청에 앉아서 창을 통해 앞 계곡에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게 했다. 차경의 일종으로 특별한 공간구성이 돋보인다. 지리적 위치도 독특하다. 이 고택을 중심으로 왼쪽 자옥산 도덕산 어래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회재의 아들 잠계곡 이전인의 후손이 살고 있는 종가여서 일반인의 출입이 쉽지 않아 눈으로만 볼 수 있다.

독락당 뒤편 상림 옆을 지나 시멘트도로를 따른다. 도로 왼쪽 산 쪽에 정혜사지 13층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상 독특한 형태 때문이다. 통일신라시대 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높이 5.9m이다. 1층 탑신 중앙에 불상을 모시는 감실이 있다. 국보라는데 방치되다시피 한 것은 의외다.

석탑에서 걸어 나와 북쪽으로 시멘트 길을 따라가면 옥산지 댐으로 가는 갈지자 형태의 길이 나온다. 중간 갈림길에서 댐길을 따르지 않고 바로 직진하면 산길이 나온다. 넓은 공터는 단체산행객들의 버스정류장이다. 때마침 금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버스가 한대 서 있다. 연세가 연만하신 어르신들이 주변에서 산신제를 모시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시끌벅적 분주하다.

오전 10시 15분, 산비탈 도덕암 안내판 방향으로 산길이 나 있다. 20분 만에 밀양박씨 무덤이 있는 곳을 지난다. 이때부터 눈길이 시작된다. 막바지 눈 산행을 위해 경주 쪽으로 왔던 기대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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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암 상부의 눈밭을 걷고 있는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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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옥산 중턱의 눈밭.
눈 덮인 오솔길을 따르면 갑자기 오른쪽에 시멘트도로가 나온다. 도덕암에 오르내리는 찻길이다. 이 길과 합류해 도덕암까지 갈수 있다.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아이젠과 스패츠를 차는 것이 좋다.

암자는 그리 고풍스럽지 않다. 처음에 보이는 큰 건축물이 화장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냄새가 날 것 같다. 마당에 눈 때문에 제 역할을 잃어버린 승용차가 꼼짝 못하고 갇혀 있다. 청마루에 앉아서 햇볕을 쬐던 스님 한분이 인기척이 성가신 듯 이내 자리를 떴다.

도덕암을 지나면 오롯이 산길이다. 데크로 만든 계단이 얼음과 눈길의 불편함을 조금 덜어준다. 놀랍게도 등산로는 도덕암 산령각 지붕 위로 지나간다.

오전 11시 좌대가 없는 무덤을 지난다. 은근히 오랫동안 지속되는 오름길이다. 길이 아닌 곳은 무릎까지 빠진다. 산 아래서 허투루 봤던 모습과는 달리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도덕산 능선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능선에 가기위한 비알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법 길고 힘이 든다. 더욱이 눈 폭탄을 맞은 눈길이어서 발끝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간다.

정상 약간 못 미친 지점에 철 계단이 있고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능선에 올라선 뒤 오른쪽으로 20m정도 더 진행하면 정상이다.

오전 11시 41분, 출발 2시간이 채 못돼 해발 702m 고스락에 닿는다. 정상석이 3개나 세워져 있다. 맞은편 동쪽에 어래산이 보이지만 미세먼지 탓에 시야가 썩 좋지 않다.

정상에서 계속 직진해 가면 시계방향으로 배티재를 지나 봉좌산 어래산으로 이어진다.

취재팀은 정상에서 돌아선 뒤 자옥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자옥산엘 가려면 정혜사13석탑으로 가는 안부 갈림길까지 고도를 한껏 낮췄다가 다시 올라야 된다. 숨 가쁘게 올랐던 고도를 까먹으며 안부까지 내려선다. 멀리 눈 위에 보이는 검은 더미, 자옥산을 다시 치오를 것을 생각하면 갑자기 고도를 낮추는 게 기분 좋을 리 없다.

오후 12시 16분 이름 없는 재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이 오배마을 왼쪽이 정혜사지 13층석탑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자옥산은 내려선 만큼 다시 올라야하는 길이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중턱에 작은 안부가 있고 10분을 더 오르면 2번째 산 자옥산 정상이다. 돌탑이 있고 그 중앙에 옥산이라는 바위 글이 새겨져 있다. 과거 옥이 많이 났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곳은 잡목이 둘러싸여 있어 전망이 별로 없다.

직진해서 더 진행하면 454m봉을 지나 하곡리 하곡저수지로 갈수 있다. 눈이 많이 쌓여 있고 선행자의 발자국도 없어 삭막한 느낌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온다. 하산 길은 키가 작은 토종 소나무가 주류다. 송이가 나는 지역인지 줄로 경계를 쳐놓았다.

날머리는 산장식당이다. 다시 아스팔트길을 따라 독락당앞 주차장까지 진행하면 산행이 종료된다.

오후 2시 45분, 9km에 5시간이 소요됐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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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도덕산 기슭에 있는 정혜사지13층석탑, 통일신라시대때 만들어진 것으로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국보40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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