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 20주기 시전집·평론집 출간
김남주 시인 20주기 시전집·평론집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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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저항정신으로 한국 문단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김남주 시인(1945~1994)의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 전편을 망라한 ‘김남주 시전집’(창비 펴냄)이 출간됐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0년 가까운 투옥생활을 겪고 49세의 이른 나이로 타계하기까지 그가 남긴 총 518편의 시를 집대성했다.

‘김남주 시전집’을 엮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와 임홍배 서울대 독문과 교수는 여러 시집에 중복으로 수록되면서 제목이 바뀌거나 원고를 다시 쓴 경우가 많은 김남주의 시를 전 시집에 걸쳐 자세히 검토해 시 텍스트를 확정했다.

아울러 그 내역을 상세히 밝혔을 뿐만 아니라 각 시의 집필 시기와 제재 등을 고려해 시의 순서를 세심하게 배열함으로써 김남주 시의 전체상을 온전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총 7부로 구성된 전집은 시의 집필 시기에 따라 크게 시인의 초기작과 옥중시, 출옥 이후의 시로 나누어 엮였다.

1부는 등단 이후부터 1979년 시인이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되기 이전에 발표된 초기시들이다. 2부~5부에 실린 옥중시 가운데 2부는 감옥 안의 상황과 옥중투쟁의 정황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시들, 3부는 광주학살에 대한 대응과 현실상황에 대해 발언하는 투쟁적인 시들, 4부는 서정성이 짙게 드러나는 시들, 5부는 감옥에서 썼으나 출옥 후에 발표되거나 퇴고한 시들을 묶었으며 6, 7부에는 각각 출옥 후에 출간된 시집과 유고시집에 실린 시들이 나눠 실렸다.

김남주의 시 세계에 관한 여러 필자의 다양한 평론을 묶은 ’김남주 문학의 세계‘(창비 펴냄)도 함께 나왔다. 역시 염 교수와 임 교수가 엮은 이 책은 기존 평문들과 더불어 김남주 시의 오늘날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도 대폭 수록했다.

1부에는 주로 김남주 문학의 변모 과정을 당시의 맥락에서 다룬 글들이 실렸고, 2부는 김남주의 시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주제에 관한 글들이다. 3부는 김남주의 시를 다채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글들이 묶였다. 4부는 김남주의 시에 나타난 외국 시인의 영향관계를 짚은 논의들로 구성됐다.

전남 해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시인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 유신반대 운동에 앞장서다 1973년에 8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대학에서 제적된 그는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농민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는 한편으로 습작에 몰두했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가 발표돼 이름을 세상에 알린 그는 고향에서 ’해남농민회‘를 결성하고 광주에서 ’민중문화연구소‘를 여는 등 민중문화운동에 헌신했다. 1978년 서울로 피신한 뒤 남민전 준비위원회에 가입했다가 이듬해 10월에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1988년 석방되기까지 10년 가까운 옥중생활을 겪었다.

그러나 감옥에서의 이 시간은 시인에게는 뜨거운 투쟁의 기간이었다. 우유갑이나 담뱃갑 은박지에 촘촘히 새겨 쓰거나 머릿속에 외워뒀다가 면회 온 사람을 통해 몰래 감옥 바깥으로 내보낸 그의 옥중시는 무려 300여 편에 이른다.

시인의 시는 감옥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압축적이고 간명한 형식에 옥중에서 네루다, 브레히트, 마야코프스키 등 외국 저항시인들의 시를 번역하며 얻은 시적 방법이 결합해 획득한 “상투적인 구호시와는 차원이 다른 예술성과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염 교수는 짚었다.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 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학살 1‘ 부분)

김남주는 1988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그는 감옥에서 나온 지 5년여 만인 1994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김남주 시전집
김남주 문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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