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죽음의 소식 앞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죽음의 소식 앞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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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지난 2월은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죽음의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 2월 10일, 실습을 나갔던 울산의 특성화고 학생이 쌓인 눈으로 인해 공장의 지붕이 무너지는 바람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17일에는 경주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던 부산외대 학생들 열 명이 역시 폭설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어 숨졌다는 소식, 그리고 26일에는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자살로 이승의 삶을 마감했다는 것까지 가슴이 무너지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져 왔다. 그 이후로도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소식과 사건 사고로 인한 죽음의 소식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죽음의 소식들을 들으면서 가슴이 더 답답해져 오는 이유는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우리가 조금만 더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상황에 마음을 두었더라면 이 죽음들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실습이라는 명목 하에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채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해야 했던 특성화고의 실습체계의 문제점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폭설에 대비하도록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고 건물을 지은 건설사들에 대해 철저한 관리 감독이 있었더라면, 그리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 가정에 대한 제대로 된 상황파악과 적절한 지원이 있었더라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소용없는 가정법이긴 하지만 계속 되뇌이게 되는 후회들이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고, 건물을 짓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나 몰라라 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사람들,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자꾸만 죽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프면서도 끔찍하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놀라고 분노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진다거나 이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어 놓는 당국자들은 없다. 그리하여 소식을 듣는 순간 놀라고 분노하던 우리들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결에 이 사실들을 잊고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우리의 망각을 일깨우려 이러한 죽음의 소식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들려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7월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해병대캠프에서의 학생 사망 사건도 어느덧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지만 그 부모들은 여전히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붙잡고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부모들은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단지 일선에서 죽은 이들과 마주했던 몇몇의 사람들만을 처벌할 뿐,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처벌이나 제도적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이번 사건들에서도 그 비난은 학생을 실습공장으로 보낸 교사나 공장직원, 오리엔테이션을 마련한 학생회, 일선에서 사회복지 수급자들을 만나야 하는 사회복지사에게 모아질 것이다.

그러나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또 다른 약한 고리일 수도 있고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아주 적은 부분일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러한 사람들의 죽음을 얼마나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런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의지가 있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우리 자신 또한 이러한 문제들을 잊지 말고 다시는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아이들이, 정책을 펴는 사람들의 잘못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보면서 각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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