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중요성
일의 중요성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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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과 노력은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그 자체로 볼 때 힘들고 고통스러운 건 사실일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우리 인간은 거의 본능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싫어한다. 고통이 싫은 까닭에 일과 노력을 아끼게 되고, 노력을 아끼는 까닭에 장애물을 극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므로 심각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고통을 참아가며 그토록 애를 쓰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 과연 옳은 삶의 길인가를 되묻게 된다. 되는대로 편하게 살고 즐겁게 노는 것이 도리어 현명할 것 같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을 나누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한데 묶어서 생각해봐야 한다. 전 생애를 하나로 묶어서 볼 때, 놀기만을 좋아하는 사람과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도 부지런히 일한 사람 쪽이 더 현명한 삶을 살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순간만을 잘라서 생각할 때, 일하는 것은 힘들고 노는 것이 편하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체로서의 삶에 대하여 만족을 느끼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순간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기보다도, 그 순간들이 모여서 어떤 삶을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라도, 그 일이 뜻있는 일로서 나의 명예로운 현재와 밝은 장래에 연결되어 있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즐거움을 그 속에 포함할 수가 있다. 반대로, 비록 지금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더라도, 나의 삶 전체가 질서가 서지 않고 내일의 전망이 어두울 경우에는, 진정한 즐거움이 못되고 그 안에 고통만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짤막짤막한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들이 모여서 형성하는 전체로서의 삶의 내용이다.

즐거움을 얻겠다는 생각을 따로 갖지 않고 그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리어 깊은 만족이 찾아올 경우가 많다. 명예를 얻겠다는 속된 욕심을 품지 않고, 그저 뜻있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가운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오는 명예가 가장 값진 명예이다. 이를테면 즐거움을 얻겠다는 목적의식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다만 사리를 따라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가운데 저절로 찾아오는 기쁨이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오르지 행복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행복만을 추구하다 보면, 도리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서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일이 전혀 없어서 놀고 있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곧 명백해진다. 그의 삶은 참으로 공허하고 그의 시간은 그 무엇보다도 지루할 수밖에 없다. 힘이 들고 고통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일이 소중한 것은, 그 가운데 즐거움과 보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힘들고 괴롭기만 한 일은 축복이 아니라 불행할 뿐이다. 일이 즐겁기 위해서는 그것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야 하고, 일이 보람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찾아서 움직일 때 행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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