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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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회복과 부종(浮腫)에 좋은 붕어
붕어는 분류학적으로 잉어목 잉어과에 속하며 흔히들 우리가 이야기하는 붕어는 떡붕어, 은붕어, 참붕어 등이다. 붕어는 잡식성으로 수초나 어린잎, 조류, 수생곤충, 새우 등을 먹고 살며,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여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서 호수나 하천은 물론 조그마한 웅덩이에 이르기까지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물고기이다. 그래서 인지 이름도 다양하여 고서에는 부어, 즉어로 기록되어 있고, 오늘날에는 지방에 따라 쌀붕어, 호박씨 붕어, 호송어, 감잎, 방잎, 뻠치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흔한 붕어가 붕어빵에는 왜 없을까?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기엔 민초들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왜냐하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을 때, 선거 공약을 할 때는 서민들에게 입갑(미끼)을 아끼지 않지만, 일단 고기를 잡고 나면 바구니에 처넣고 돌아보기는커녕 먹이도 안 주는 정치인 등을 빗대어 풍자한 말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는데 새삼 붕어 없는 붕어빵 공약으로 서민들에게 마구 미끼를 던지지 않을까 생각하니 입맛이 온통 붕어의 쓸개 맛이다.

그러나 실제 붕어는 예부터 인기 많은 물고기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러 물고기 중 가장 먹을 만하다’. ‘성질은 따뜻하고(溫), 맛은 달며(甘) 독은 없고 위기(胃氣)를 고르게 하고 오장을 보호한다’고 하고, 또한 ‘중초(中焦, 심장과 배꼽의 중간을 일컬음)를 고르게 하고 기를 내리며 이질은 낫게 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또 ‘향약집성방’에는 ‘부스럼을 다스리며 순채와 함께 국을 끓여 먹으면 위를 강하게 하고 회를 쳐서 먹으면 이질을 다스린다’는 등의 기록이 있다. 한의학에서도 붕어는 기력이 떨어져 피곤하거나 나른할 때 몸을 보(補)하는 차원에서 널리 애용해온 식품이라 한다.

붕어의 영양성분을 보면 수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단백질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는데,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라는 말을 하려면 몇 가지 구비 조건이 있다. 첫째, 단백질의 함량이 많아야 한다. 붕어의 경우 수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단백질(85.6%)이다. 둘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체내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붕어에는 11종 이상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리신, 트립토판, 페닐알라닌, 메티오닌, 트레오닌, 루신, 이소루신, 발린 등 8종의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함유되어 있고 그 함량도 많아 약 7,257mg%에 달한다. 그리고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리신(1.747mg%)이나 트레오닌(701mg%) 등의 함량이 많아 과거 육류섭취량이 부족했던 시절에, 붕어는 단백질 급원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셋째, 단백질을 섭취했을 때 소화와 흡수가 잘 되어 체내 각 기관에 영양소로서 이용률이 높아야 한다. 붕어는 체내에서 단백질 분해 및 소화효소의 작용이 용이하여 체내 이용률이 높다. 따라서 붕어는 ‘양질의 단백질 식품’으로서의 자격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연유로 붕어는 피로회복에 좋고, 허약체질인 사람의 몸을 보(補)하게 된다. 또한 붕어에는 비타민 B1이 많은데, 당질식품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영양소다. 왜냐하면 비타민 B1은 당질 식품의 소화흡수를 돕는 데 필요한 보조효소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기의 단백질 흡수와 더불어 비타민 B1에 의한 당질의 에너지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피로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붕어의 또 다른 영양성분 중의 하나인 지질의 조성을 보면, 총 지방산에 대하여 포화지방산이 28.5%, 몸에 좋은 다가불포화지방산이 26.7%, 특히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뛰어난 EPA(에이코사펜타엔산) 5.8% 및 DHA(도코사핵사엔산)가 4.7%로 많아 생활습관병의 예방 및 치료에 그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붕어에는 뼈대의 구성성분인 칼슘과 인이 각각 79mg%, 180mg%,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철이 1.8mg% 함유되어 있고, 나트륨의 함량은 35mg%로 적고,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칼륨이 414mg%로 많아 식염섭취량이 높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안성맞춤 식품이다. 또 환경호르몬 등의 공해로 인해 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시키는 바, 성호르몬의 생성에 도움이 되는 아연이 3.8mg%로 많아 이를 보완하는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붕어는 부종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부종이란 체내 세포조직에 수분이 쌓여 몸이나 손발이 붓는 증세인데, 보통 오랫동안 서서 일을 하거나 수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사람에게 잘 생기며 또는 습관적으로 몸이 잘 붓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이뇨작용에 효과가 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그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뇨작용에 효과적인 식품으로는 붕어, 잉어, 모시조개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팥과 함께 고아서 만든 국물을 물 대신 마시면 조갈증을 가라앉혀 과도한 수분 섭취를 줄일 수 있고,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므로 부종에 좋은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붕어1
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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