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89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89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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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3. 비차의 노래
조운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 다른 사람이 다른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그때 광녀가 외쳤다. 잘못 말하는 조운을 일깨워주려는 듯.

“비차! 비차! 비차!”

그 소리에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비차의 잔해들이 하나같이 움찔, 몸을 떠는 것같이 보였다. 조운은 자신도 모르게,

“그, 그래, 비차.”

이번에는 조운 자신도 학이 나는 것 같은 시늉과 함께,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조운은 완전히 마취된 모습이었다. 그런 상태로 그는 자기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조운이 자기 행동과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자 광녀는 하도 기쁜 나머지 숨이 넘어갈 여자같이 비쳤다. 그녀는 춤꾼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고 개구리처럼 팔짝팔짝 뛰기도 하면서,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조운도 똑같은 동작과 말소리로,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두 사람은 계속해서 한 사람같이 그런 동작과 말을 반복하였다. 한참 그렇게 하다 보니 나중에는 둘이서 합창하듯 하였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미쳤다. 광녀도 미쳤고 조운도 미쳤다. 그들은 미친 춤꾼이었고 미친 소리꾼이었고 미친 개구리였고 미친 학이었다. 미치광이들의 향연. 그 미친 춤 동작과 미친 노래의 합창에, 하늘도 땅도 함께 미치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할 듯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는 거기 분지에, 형편없는 몰골들로 너부러지고 내팽개쳐져 있던 비차의 잔해들이 일제히 같이 일어나 춤추고 노래할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그 숱한 실패로 인한 좌절과 슬픔과 분노를 잠시나마 멀리로 쫓아버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랬다. 망가지고 떨어져 나간 비차의 몸통이며 날개, 바퀴, 머리 등이 다시 조립되어 훌륭하게 완성된 형상으로 춤추고 노래하였다. 꼭 살아 있는 새가 날고 노래하듯.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조운은 아무 생각도 남아 있지 못했다. 자기 옆에 광녀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고 제 자신도 잊어버렸다. 그리고…… 비차도 잊어버렸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없었다.

조운에게 있는 것은 오직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한 가지뿐. 광녀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그녀에게 있는 것도 오직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한 가지뿐. 그리하여 그들은 가고 있다, 나는 비차가 있는 진주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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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더카 2016-09-16 07:35:26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우리의 장인 정신을
만나게 돼서 따라 해 본다.
(2016-09-16 07: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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