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9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90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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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3. 비차의 노래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그들의 춤과 노래는 그들을 하나가 되게 하였다. 지금 그곳에는 이미 미친 여자와 미치지 않은 남자가 없었다. 미쳤으면 둘 다 같이 미쳤고, 미치지 않았다면 둘 다 같이 미치지 않았다.

분지 가득 흘러넘치는 춤과 노래의 열기에 주변 산의 나무들이 깡그리 불타버릴 듯했다. 회생한 비차들이 금방이라도 훌쩍 높이 몸을 솟구쳐 허공을 가득 메울 것만 같았다. 그러면 세상 모든 새들과 연들이 날아와 더불어 공중에서 마음껏 훨훨 떠다닐 것이리라. 그중에는 연에 앉아 있는 새도 있고, 새에 앉아 있는 연도 있으리라.

조운도 연에 앉았고, 광녀도 새에 앉았다. 새가 조운에게 앉았고, 연이 광녀에게 앉았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그런 장면을 오직 하늘만이 저 높은 곳에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었다. 그랬으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겠는가.

또 있었다. 거기 분지로 통하는 작고 구부러진 길 저편, 오래 묵은 커다란 팽나무 둥치 뒤에 몸을 감추고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둘님이었다. 둘님, 그녀가 숨어서 조운과 광녀가 하는 짓을 모두 훔쳐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치광이 짓을 하는 그들을 무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둘님의 얼굴 또한 백치 같았다. 커질 대로 마구 커져 있는 동공은 작아질 줄 몰랐다. 폭발할 것만 같은 가슴팍을 누르고 있는 두 손의 떨림은 멈추기를 잊었다. 후들거리는 무릎은 금세 팍 접힐 것만 같았으며, 비녀 꽂힌 머리칼은 빳빳한 철사 줄처럼 굳어 보이는 게 생명이 없는 인형의 그것 같았다.

둘님은 돌이나 장승같이 그렇게 몸도 마음도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귀를 울리는 소리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기만 했다. 그런 가운데 둘님은 끝없이 그녀의 두 눈에 담아내고 있었다. 남편 조운과 광녀 도원이 하나가 되어 펼치고 있는 미친, 아니 황홀한 그 향연의 공간과 시간들을.

얼마나 그런 순간이 흘렀을까. 둘님의 눈에 얼핏 공터 한쪽에 가득 쌓인 대나무더미가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그 위에 올라서서 마구 날뛰다가 대꼬챙이에 장딴지를 찔려 피를 흘리던 총각 시절의 조운 모습이 나타나 보였다. 처녀 시절의 그녀도 거기 있었다.

“부-욱.”

둘님 몸 어딘가에서 그런 소리가 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둘님은 소스라쳐 제 손을 들여다보았다. 손안에 들어 있는 것-그것은 저고리 옷고름이었다!

둘님은 경악했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 옷고름을 뜯어낸 것이다. 그녀는 망연자실,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당장 남편에게로 달려가 그의 장딴지를 묶어줄 것인가. 광녀에게 덤벼들어 목을 졸라 죽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팽나무 가지에 둥글게 매달아놓고 그 속에 내 목을 집어넣을 것인가. 그런 갈등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녀를 놀리듯 나무라듯 또다시 이쪽으로 날아드는 소리.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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