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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도 미련도 경계하라는 며느리바위 설화경남일보 선정 100대 명산 <96>억불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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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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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이 눈부시게 파고드는 편백림
하늘의 신은 악행과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믿음이 강하고 착한 아브라함의 조카 롯, 그의 아내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신은 천사를 내려 보내 롯의 가족들이 소돔과 고모라를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운다. 천사들은 롯의 가족들에게 탈출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뒤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긴다. 그들이 도시를 빠져나오자, 도시는 유황불과 지진이 덮쳐 지옥이 된다. 재물과 집 세간살이가 불타는 것이 아까웠을까. 롯의 아내는 그만 불타는 도시를 뒤돌아보는 우를 범하고 만다. 그리고 소금기둥이 돼버렸다.

장흥 억불산에도 이와 비슷한 설화가 남아 있다. 탐진강 가에 구두쇠 시아버지와 착한 며느리가 살았다. 어느 날 도승이 탁발을 오자 구두쇠 시아버지가 스님을 박절하게 대했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며느리는 스님에게 도리어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스님은 모월 모일 이곳에 물난리가 날 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산 즉 억불산으로 가라고 예언해 주었다.

스님의 예언이 있던 날 며느리는 물난리를 피해 산을 오르다가 “며늘아가 나를 두고 혼자 가느냐”는 구두쇠 시아버지의 애절한 부름에 뒤를 돌아다 본다. 그리고 그만 돌로 변해버린다. 그 바위가 며느리바위다. 며느리가 쓰고 있던 수건이 날려 떨어진 곳이 지금의 장흥 건산마을이며 구두쇠 시아버지가 살던 곳이 청랑정 앞 박림소다. 이 외에도 이같은 설화를 가진 곳이 우리나라에는 장자못 설화 등 여러 곳이 있다.

두 설화는 서양과 동양, 기독교와 불교 등 배경과 여건이 다르지만 의미는 상통한다. ‘탐욕에 얽매이지 말것이며 과거에 연연하지도 말고 현재·미래의 일에 매진하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며느리바위는 장흥읍 남동쪽 5km지점 억불산 정상 동쪽에 있는 거대한 솟대바위다. 장흥읍을 통과하는 순천영암고속도로 상에서 남쪽에 위치하는데 워낙 거대하고 독특해서 잘 보인다. 인근에 사자산과 제암산이 있다.

▲억불산은 정남진의 고장 전남 장흥군의 안양면 기산리, 장흥읍 우목리 등에 걸쳐 있다. 산 이름은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는 모양이다. 모두 부처가 서 있는 것 같이 보여 그렇게 불렀다 한다. 해발 517m로 낮아도 암릉 길이 많아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코스가 조금 짧은 것이 흠이지만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아 여유를 갖고 트레킹 하듯 둘러보면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며느리바위, 천문과학관이 있으며, 65만㎡ 달하는 편백림이 띠를 이루고 있는데 장흥군에서 우드랜드 힐링단지를 조성했다. 또 하나 특징은 하늘이 무척 넓다. 탐진강과 함께 장흥을 대표한다.

▲산행은 우드랜드 주차장·매표소→편백림→복층 흙집→데크따라 며느리바위 하부→데크→정상 2km이정표에서 왼쪽 흙길 등산로→며느리바위방향→며느리바위→능선→정상→암릉→정남진천문과학관→장흥청소년수련관→우드랜드매표소 원점회귀.

▲오전 9시 30분, 우드랜드주차장에는 마을 사람들이 산행객을 위해 주차안내를 하고 있다. 우드랜드에는 편백소금집 목공예센터 치유의 숲, 놀이기구와 특이한 연리목이 있다.

주차장 입구에 버티고 있는 연리목은 약 300년 된 팽나무에 동백나무가 뿌리부터 한 몸이 되어 사는 형태다. 관리인은 자생한 나무는 아니고 기증받아 심은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오전 9시 40분, 매표소를 통과한다. 1인 2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곧장 하늘을 찌를 듯한 편백림이 등장한다. 알려진 대로 편백림은 치유의 숲으로 알레르기 피부질환 아토피성 질환 등에 효과를 발휘하는 피톤치드를 많이 배출한다.

편백림에 2층 황토집이 나온다. 모 방송국의 ‘대물’이라는 드라마에 배경이 됐던 집이다. 등산로는 여러 갈래여서 방향을 먼저 잡고 그쪽으로 가면된다. 등산로는 목재를 이용한 데크 시설로 가로 2∼3m내외의 넓은 길이다. 계단이 아닌 평평한 형태로 정상까지 설치돼 있다. 데크 시설을 따라 며느리바위가 잘 보이는 곳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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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지 말라는 예언을 어겨 돌로 변했다는 며느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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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바위가 보이는 오름길을 가는 취재팀. 역광에 동양화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에서 역광에 비치는 며느리바위와 수목의 실루엣, 옅은 안개가 깔려 있는 동양화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정상으로 가려면 오른쪽 데크를 따라 며느리바위와 다시 멀어져야 한다. 편백림은 산 중턱에 닿으면 편백림은 끝나지만 곳곳에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휴식하면서 장흥읍과 탐진강 등을 조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전 10시 34분, 정상 2km를 남겨둔 지점의 데크 등산로에서 이탈해 왼쪽 흙길을 따른다. 산허리 6∼7부 능선을 가로질러 비스듬하게 다시 며느리바위 쪽으로 다가가는 등산로이다.

며느리바위 상부 50m지점 전망바위에 닿는다. 뿌리에서부터 여러갈래로 갈라진 기이한 소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는 암릉이다. 특출하게 시선을 끄는 며느리바위는 산 아래서 보는 것과는 달리 규모가 크다.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추암 하나로 유명세를 탔던 강원도 추암해수욕장처럼 이산 역시 이 바위 때문에 명물이 된 케이스다.
암릉을 떠나 능선갈림길에 올라선다. 이정표는 좌측 안양수양마을 2km, 오른쪽 억불산 정상 100m,천문과학관 1.3km를 가르킨다.

오전 11시 25분, 억불산 정상에 닿는다. 크고 작은 각종 데크가 설치돼 편리하기는 하지만 등산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가족단위의 산책길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남쪽 멀리 천관산, 서북쪽에 월출산, 북쪽에 탐진강이 장흥읍을 관통해 흐르고 북동쪽에 사자산과 제암산이 형제처럼 붙어 있다. 탐진강가에 구두쇠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살았던 곳이다. 망원경이 있어 좀더 자세히 볼 수도 있다. 발 아래 가깝게 은색돔 2개를 이고 있는 건물은 정남진 천문과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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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천문과학관


장흥은 정남진에 속하는 고을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으로 내달아 도착한 육지의 끝에 있는 나루터를 정남진이라고 말한다. 동쪽 끝은 강원도 강릉 정동진이고 북쪽 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평안북도 자성군 중평 중강진이다.

취재팀은 정상을 벗어나 천문과학관 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 길을 택한다.

낮 12시 40분, 휴식 후 다시 하산 길.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별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향연 꿈과 희망이 있는 이곳에서 가족과 친구와 함께 추억과 낭만을 만끽하세요”라는 테마를 가진 정동진 과학관. 별자리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억불약수터를 내려서면 임도를 만날 수 있다. 임도 주변 산림지대에 황칠나무단지가 조성돼 있다.

황칠나무는 잎표면이 매끈하고 5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나무표피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이 성인병인 콜레스테롤을 배출해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제품화되고 있는 나무다.

이 외에도 억불산에는 우드랜드의 명성답게 진귀한 나무들이 많다. 나무안내판에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가 100년동안 잠들어 깨어나지 못한 것은 강심제로 쓰이는 녹나무를 몰랐기 때문이며,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가 하늘 나라로 돌아가 버린 이유는 부부금슬을 좋게하는 자귀나무차를 몰랐기 때문이며,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낚시대로 자신의 배보다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독성이 있어 물고기를 잡는데 유용한 때죽나무 낚시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고 위트있게 기록해 놓았다.

비목나무는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애잔한 나무, 졸참나무는 6형제 중 열매가 가장 작은 막내나무, 사스레피나무는 닭똥 같은 냄새가 나지만 약재로 쓰인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름도 희귀한 아왜나무, 쥐똥나무도 있다.

이산 며느리바위 부근에 있던 명물 억불송은 2004년 낙뢰로 죽었고 국립산림과학원이 유전형질이 같은 소나무를 후계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후계목은 하산길 천문과학원 못미친 곳에 있다.

장흥청소년수련관을 지나 슬픈 설화의 주인공 며느리바위쪽으로 가까워졌다가 꺾어 내려선 뒤 오후 2시30분 매표소에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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