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갈아 엎고 퇴비로 땅심 키워야
흙 갈아 엎고 퇴비로 땅심 키워야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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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밭 농사준비
봄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꽃들이 지고 있다. 넓은 과수원에 배꽃이 하얗게 핀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만개한 배 밭에 은은한 달빛이 비치면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환상적이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즐길 겨를도 없이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은 배꽃이 피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꽃가루받이를 시켜주는 곤충이 사라지면서 사람이 꽃가루를 들고 꽃마다 묻히고 다녀야 하는 고생을 해야 한다. 꽃가루받이는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오전에 그것도 한두 시간 작업에 그치고 다음날 날씨를 보아가며 수분이 잘 되는 시간에 맞춰 계속해야 하는 까다로운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이루어지던 것을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 되었다.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농업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며 걱정이 크다.

지난주에는 벼논을 갈았다. 예전처럼 쟁기를 이용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트랙터를 불러 작업을 했다. 계산은 지금 하는 것이 아니라 모내기를 마치고 함께 치른다. 한 때는 소가 끄는 쟁기 대신 경운기로 갈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일을 해주는 곳이 생겨 대부분 이곳을 이용한다. 다행이 모판을 만들어 모를 기르는 수고와 모내기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비싼 돈이 들어가니 논농사 지어 남는 것이 없다고들 아우성이다.

최근에는 수지가 안 맞는 논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도 물 걱정을 해야 하는 천수답은 오래 전에 과수원으로 전환하여 배 농사를 지었다. 20년 넘게 재배해온 배나무를 지난해 모두 베어내고 올해 매실을 다시 심었다. 봄철 냉해피해로 결실이 잘 안 되고 꽃이 제대로 피었더라도 일일이 꽃가루받이를 시켜야하는 어려움이 때문이다. 봄철에 찾아오는 냉해와 여름 태풍 그리고 봄철에 느닷없이 부는 돌풍 같은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매실로 갱신했다. 그러나 매실도 최근 개화기 냉해피해가 자주 나타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병해충도 발생하고 있어 관리가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걱정을 하고 있다.

주중에 친구로부터 야콘 구근을 구해 두 이랑 심었다. 지난해 야콘을 수확하고 구근을 따다가 신문지에 싸서 지하 보일러실에 보관을 해 두었는데 상한 것이 많아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친구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주말농장을 가꾸는데 김장채소는 물론이고 열무며 감자 등 채소를 가꾸는 수준이 전문 농사꾼을 앞설 정도다. 농사에 특별한 비결이 없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친구가 발품을 열심히 팔며 돌본다는 것을 안다. 힘든 농사일을 틈틈이 돌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수년째 해오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난 장날에 아내가 시장에 들렀다가 종자에 쓸 감자를 사왔다. 감자가격이 싸니 한 상자 사다 먹자고 해도 고집을 꺾지 않고 심어보겠단다. 지난주 관리기로 밭을 갈아 퇴비를 넣어 두었던 곳에 이랑을 만들어 종구를 심었다. 얼마 되지 않는 양이라 비닐을 씌우지 않고 그냥 심어 두었다. 밭에 나다니며 틈나는 대로 잡초를 뽑아 관리할 생각이다. 감자는 잡초가 기승을 부리는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풀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수확 후 비닐멀칭을 걷어내는 것도 귀찮을 뿐더러 감자생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년에 심었던 매실묘목을 멧돼지가 내려와 파 뒤집어 놓았다. 아마 구덩이를 파고 퇴비를 넣었던 곳에 자라는 지렁이를 잡아먹기 위해서 일 것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를 하루 종일 지킬 수도 없는 일이고 매일 돌아보고 다시 심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다시 심어면 살 수 있는 확률이 있다지만 조금 더 지나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다.

멧돼지는 우리 과수원뿐만 아니라 온 동내를 헤집고 다니며 여기저기 피해를 남긴다. 어떤 밭은 쟁기로 갈아 놓은 것처럼 빈틈없이 뒤집어 놓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멧돼지 피해는 남의 이야기처럼 듣고 농사를 지어 왔는데 이제 우리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사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우리 동내까지 멧돼지가 들어 온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마을도 이제는 멧돼지와 고라니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야생조수 피해를 막아야 수확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올여름 과수원을 날뛰고 다니는 고라니와 멧돼지를 쫓을 일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정찬효 시민기자

밭 이랑 만들기
초보농사꾼이 밭이랑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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