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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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지난세기에 일어났던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금융위기에서 시작되었다면 미래의 새로운 경기침체는 ‘기후 위기(weather crisis)’로 인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가뭄으로 남미지역에서는 사탕수수와 커피의 작황이 악화되어 설탕과 커피값이 급등하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에서는 사료 생산에 영향을 미쳐 소고기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등 기후변화는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겨울 미국의 한파가 경기둔화로 이어진 현상을 두고 ‘프로즈노믹스(frozenomics:얼어붙은 경제)’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섬으로 이뤄진 국가나 해안 저지대에 거주하는 인류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우리 선조들은 기후에 현명하게 적응해 왔다. 눈이 가장 많이 오는 지역인 울릉도에서는 ‘우데기‘라는 특수한 가옥구조가 발달했다. 우데기는 집 벽체의 바깥쪽에 기둥을 세우고 옥수숫대 등을 엮어 친 외벽을 말하는데, 눈보라를 막아주고 눈이 많이 쌓이더라도 외벽과 내벽 사이의 공간을 확보해 겨울철 눈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검은 돌로 만들어진 담이 길게 이어진 모습이 흑룡처럼 보인다고 해서 ‘흑룡만리’라고도 불리는 제주도의 밭돌담은 최근 세계 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되어 그 독특함과 보전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 ‘제주밭담’에서도 기후에 적응하는 선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고려 고종 때 제주판관을 지낸 김구(金坵·1211~1278)에 의해 ‘취석축원(聚石築垣:돌을 모아 담을 쌓다)’이 시작되었고 돌담으로 밭의 경계를 둘러싼 덕분에 바닷바람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흙과 씨앗이 흩어지는 것을 막았다.

현대에 와서는 산업화 이후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간의 삶은 더 편리해졌지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욱 빨라졌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서 1900년에 비해 2100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5℃ 정도 상승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 1만 년 전에 끝난 마지막 빙하기 온도가 지금보다 5℃ 낮았던 것을 고려하면 인류는 과거 1만년 동안의 기온변화를 최근 200년 만에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1세기말 전 세계에서 현재보다 온도가 3.7℃ 더 올라가고 해수면은 63cm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급격한 기온 상승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해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고, 불가피한 변화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를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민건강과 재난·재해, 농업, 물관리, 해양, 산림·생태계 등 분야별 기후변화 모니터링과 취약성 평가, 감염병 감시체계 구축, 무더위 쉼터 제공 등 취약계층 보호와 농작물 품종 개량, 각종 사회적 안전기준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년 태풍이나 가뭄, 폭염, 폭설과 한파 등의 극(極)한 기상으로 많은 피해를 반복해서 겪고 있다.

영국의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 피해비용이 전 세계 GDP의 5~20%에 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비용의 규모와 인류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디딤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농어업 분야에선 변하는 기후에 대비해 새로운 품종과 재배방법을 개발하는 노력을, 산업계는 시설과 운영 효율화를 통한 원료·에너지 절약과 물류체계 재정비 등의 경영전환을 통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들께서도 에너지를 아끼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친환경생활 실천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과학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우리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보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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