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스승의 날
우울한 스승의 날
  • 곽동민
  • 승인 201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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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민 기자
15일 ‘스승의 날’이 다가오지만 감동의 눈물과 기쁨에 찬 포옹이 그려지는 ‘스승의 날’은 떠올리기가 힘들다. 더욱이 올해는 세월호 사고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떠올라 더욱 마음이 무겁다.

이미 오래 전부터 스승의 날은 교사들에게 오히려 불편한 날이 돼 버렸다고 한다.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돼 버린 ‘교권 침해’를 바라보면 ‘스승의 날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는 자괴감마저 갖는 교사 또한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년도별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2009년 도내 교권침해는 40건에서 2010년 62건, 2011년 189건, 지난해 457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교권침해는 다름 아닌 폭언과 욕설, 폭행 및 협박 등 저급한 행위들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이나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잇따라 발생한다.

지난해 창원시내 한 학교에서 아들을 체벌했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리고, 교장실에서 담임교사를 무릎 꿇려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학부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는 심각한 교권침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사회적 여론을 반영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사안의 학생부 기재를 둘러싸고 학부모와 학교 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교사도 못할 짓이다’는 탄식이 나올 법하다.

경남도교육청은 세월호 참사로 이번 스승의 날 관련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그러나 스승의 날 행사는 취소됐지만 교사를 존경하고 참된 스승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은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으로 내 자식의 잘못을 꾸짖는 교사를 찍어 누르려 하는 것은 자녀를 바로 세우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부모의 이기주의가 내 자식과 우리 사회의 교육풍토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스승의 날에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교사 스스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학생들에게 사랑과 관심, 배려의 자세로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교사는 학생에게, 학생은 교사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스승의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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