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프면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
진짜 아프면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
  • 이웅재
  • 승인 2014.05.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설마가 사람잡는다더니…,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 됐다."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국민 모두가 자괴감에 빠졌다.
"나 하나쯤 안지키면 어때, 이 정도면 되겠지" 무시하며 지나쳤던 안이함이 생떼같은 어린 목숨 수 백을 앗아갔다.
세월호 참사 발생 후 한달이 됐지만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국민 모두의 애통·비통·절통이 계속되고 있다.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아이들 점심 걱정도 대신 도맡아 무상급식 했던 대한민국이 정작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생기니 제 역할을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오만가지 일을 겪을 수도 있다고 애써 위로하던 분노가 국가의 무대책을 보면서 다시 끓어 오른다.
국민의 분노가 원초적이라면 국가의 대응은 차분하면서도 분명해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전이나 후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혜택을 누린 공직자나 정치인 등은 누구라도 이번 사태에 무관하지 않을텐데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을 뱉는 사람이 없다.
진정성 없이 대충대충 순간을 모면하고 보자는 식으로 처리해온 일이 사건으로 터져 나온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쉬 닳고 식는 냄비근성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말 짓지 못한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돌아 이번 참사로 되풀됐다.
이번에는 과거와 처럼 쉬 식지 말자. 네탓 내탓 공방보다는 우리의 탓으로 하고, 국가와 사회개조에 힘 모으자. 우리의 소중한 후손들에게 이런 아픔을 물려줄 수는 없다.
진짜 아픈 새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고 한다. 유가족의 비통 절통한 심정을 헤아려 말을 아끼고,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일을 하자.
대한민국의 오늘은 지도자를 자처하며 일신의 영달을 챙긴 사람이 아니라 개인을 희생해 위난 극복에 나선 대다수 국민이 만들었다.
IMF 금모으기 운동 등 국가위기는 국민이 해결하고, 자칭 지도자는 나중에 슬그머니 나타나 과실만 나눠가진다는 자조의 말이 이번에도 나돌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무능한 국가에서 똑똑한 국민으로 태어난 죄로 이번에도 나설 수밖에.
이익과 이권이 얽히고 섥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자칭 지도층 인사들의 행보에 일희일비 하다가는 대한민국 기둥뿌리가 썩게 생겼다.
생떼같은 목숨 잃고, 국격이 추락해도 당리당락에 주판알 굴리는 정치판이다. 이들의 게임에 놀아나지 않을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세월호 보도가 온 종일 대한민국을 잠식하면서 울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가운데 지방도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거가 불과 2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애도분위기에 길거리 인사가 막히고, 떠들썩한 지역행사가 대부분 취소·연기되면서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투표장으로 가야 하는 깜깜이 선거판이 될 형국이다. 시장 군수 출마자는 대충이라도 알지만 도의원 시·군의원 후보자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대로는 안된다. 깜깜이 선거로는 향후 우리 지자체를 이끌어갈 인사들의 역량을 가늠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향후 4년간 지방정부를 책임질 인사들에 대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후보자의 면면을 세세히 살펴보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잠시 미루어도 될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대들보든 서까래든 격에 맞는 제대로 된 일꾼을 뽑자.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에 수많은 전쟁을 치뤘고, 심지어는 나라를 빼앗겨도 봤지만 오뚝이 처럼 일어섰다. 최근에는 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 위기는 이순신, 안중근, 맥아더 등 영웅을 남겼다.
어디 한곳 믿고 안심할데가 없다는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개조의 기로에 섰다. 국민 개개인의 자성과 동참 없이는 국가개조가 성공할 수 없다. 양적 성장 패턴을 질적성장으로 바꾸는 것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훗날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재창조 영웅'으로 남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역사적 사명으로 다가와 있다.
 
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