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운(運)
<이준의 역학이야기> 운(運)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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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선 이후 필자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운(運)이 좋다 하였는데 왜 떨어집니까?”, “운이니 점괘니 사주팔자니 그게 말짱 거짓말 아닙니까?”, “순 사기꾼들 아닙니까? 하나도 믿을 게 못되네 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누구에게 물어 보니 이번 경선에 딱 붙을 것이라 하였는데, 하동 금오산 어느 용한 스님이 어떻고, 계룡산 어느 도사가 이번 경선에 걱정도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여러 군데 물어 보아도 이번에 틀림없이 된다 하였는데 등등. 이처럼 용한 사람들을 들먹이며 필자에게 사주팔자가 엉터리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며칠 간 무척 많았다.

그리고 필자가 운이 좋다고 답한 사람 중에 이번 경선에서 당선된 사람도 있고, 또 탈락한 사람도 있다. 구조적으로 자리는 하나인데 도전하는 사람은 다수이어서 아무리 운이 좋다한들 떨어지는 사람은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당선된 사람은 필자를 용하다고 할 것이고, 탈락된 사람은 필자를 힐난할 것이다. 이들의 입살 덕에 필자는 용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또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평판이란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의 입살에 따라 달라진다. 품평(品評)이란 본래 많은 입방아들이 집약된 것이 아닌가.

필자는 답한다. “믿지 말라!”, “사주팔자와 점괘는 믿는 게 아니다. 사주팔자와 점괘는 본래 신앙이 아니다. 그러나 참고는 하라. 또한 점괘대로 되기를 바라는 그 간절한 열망과 정성이 오히려 되지 않는 것을 되게 하는 힘이 되고 기적의 바탕이 됨을 알라. 이를 심인성(心因性·psychogenic)이라 하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그러니 점괘나 사주팔자보다 먼저 그대 자신을 믿어라. 우선 그대의 강한 열정과 냉철한 판단과 치열한 행동을 믿어라. 이것이 그대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근본이다.”

운 좋다 하여서 감나무 밑에 가서 입만 벌리고 있으면 입속으로 감이 들어가겠는가? 입속으로 감이 떨어질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감을 먹기 위해서는 감나무로 기어 올라가 감을 따먹는 행동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운이 강하면 집안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맛있는 홍시를 갖다 주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운이 나쁘면 입에 넣어 주어도 못 먹는다.

운(運)이란 군대(軍)가 쉬엄쉬엄 움직여 가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의 거대한 밀물처럼 또는 썰물처럼 느릿느릿하나 강력하고 광대하게 움직이는 어떤 기운을 말한다. 개인이나 집안이나 집단이나 조직이나 국가를 향하여 거대하게 밀려오는 또는 쓸려 나가는 거역할 수 없는 그 어떤 흐름을 말한다.

병법(兵法)에 장수론(將帥論)이 있다. 제일 하수이지만 전투에는 꼭 필요한 장수가 용장(勇將)이다. 어떤 군대나 어떤 세력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 부족이지만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진하여 맞짱을 떠서 이기기도 한다. 다음은 지장(智將)이다. 병법을 읽고 지난 전쟁사에서 원리를 터득하고 사람을 연구한다. 천기(天氣)와 지세(地勢)를 살피며 때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덕장(德將)이 있다. 사람에 중점을 두고 사람의 마음과 충성심과 용기와 지혜를 창출한다. 믿음과 인화단결로 난국을 타개한다. 사람들은 대개 덕장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 모든 유형을 뛰어넘는 장수가 운장(運將)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운장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좋은 운이 많이 따르는 장수를 말한다. 사지(死地)에서도 자기의 병사들을 구출해내고, 이기기 어려운 싸움을 이기며,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장수를 말한다. 운장은 사람의 계산을 뛰어넘는 이상한 상서로운 기운을 몰고 다니며 이런 기적들을 일으킨다.

하여 운은 별것 아니라고 냉소적으로 코웃음 치지만 무시할 수 없고, 무심하려 하면 뭔가 찜찜하고, 없는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그 무엇이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운의 작용을 희화한 말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있다. 어떤 일의 성취에 있어서 운수가 70%, 기술이 30% 정도 관여한다는 말이다. 운의 중요성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말은 또한 운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의 완성에 있어서 적어도 기술적인 요소가 30% 정도는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말도 된다. 나아가 운이 작용하기 위한 기술적 통로가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지적·육체적 능력, 집중적 노력, 집안 배경, 인맥, 학벌, 전문지식과 기술의 정도 등이다. 운이 물이라면 이런 것들은 물이 흐르는 통로이다. 즉 물꼬이다. 물은 물꼬를 따라 흐른다. 하여 운에 기대기 전에 먼저 좋은 운이 저절로 흘러들 수 있도록 물꼬를 잘 터야 한다. 먼저 물꼬를 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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